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어제(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양 전 대법원장은 전·현직을 모두 포함해 대법원장으로써 최초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조사를 받은데 이어 최초로 구치소까지 수감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명재권 판사는 전날 오전부터 5시간이 넘게 진행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 후 “범죄사실에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면서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 지위 및 주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부터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6년 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지시를 내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개입 △차성안 판사 등 법관 사찰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 헌법재판소 압력행사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 결정사건 개입 △법원 공보관실 비자금 3억 5천만 원 조성 의혹 등 약 40여 개의 혐의에 대부분 연루돼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검찰은 최장 20일 간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를 보강수사한 뒤 재판에 넘길 방침이라 밝혔다. 검찰은 이르면 이날부터 바로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날 양 전 대법원장과 별도로 구속영장 심사를 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는 또다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면서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고교 후배 사업가 이 모 씨의 탈세혐의 재판관련 정보를 10여 차례 무단 열람한 혐의를 추가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 했으나 이번에도 신병확보에 실패했다.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농단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돼왔다. 그는 2014년부터 2년 간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하면서 △재판거래 가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 개입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여 등의 혐의로 지난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당시 임민성 부장판사)된 바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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