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는 신차’인데…경고등 뜨고 전문가들 수리흔적 한 목소리 믿을 수 있나?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중고차를 신차로 둔갑시켜 판 게 아니냐”


미국차 브랜드 ‘포드’와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 ‘링컨’은 최근 유독 이같은 의혹을 빈번하게 사고 있다. 차종도 다양하다. 트렁크에서 물이 새고 페인트 번진 흔적과 마스킹 테이프 등이 발견 된 포드 익스플로러 모델, 엔진경고등이 뜨는 문제로 한 달 안에 4번 AS를 받았지만 해결이 안 돼 5번째 입고한 링컨 컨티넨탈, 같은 엔진경고등 문제로 AS를 두 번 연속으로 받고, 선루프 떨림, 네비게이션 화면 멈춤 등의 현상이 발생한 링컨 MKX 등이 그것이다.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9000만원 대에 이르는 고가의 차량들이다.


이들은 ‘국가기술자격이 있는 차량 전문가’의 소견과 육안으로 발견되는 각종 흔적들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포드코리아 측은 차주들의 이같은 주장에 “서류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논지를 잘못 짚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당초 서류부터 중고 흔적이 남은 차량을 신차로 믿고 사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주들의 핵심 주장은 차량이든 서류든 “속아서 샀다”는 점인만큼 무엇을 어떻게 속였느냐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정황적인 의구심도 제기된다. 링컨 컨티넨탈, 링컨 MKX의 차주는 각각 700만원과 600만원의 할인을 제시받았다. 특히 링컨 컨티넨탈 차주의 경우 당초 사고 싶은 옵션의 차량이 따로 있었으나 딜러 측이 할인을 제시하며 문제가 된 차종을 구입할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포드와 링컨의 차량이 최근 환경부로부터 리콜 여부와 관련한 검토요구를 받은 것도 이같은 의구심을 증폭 시키고 있다.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모델에서 가스가 차내로 들어오는 문제점이 발견된 것인데, 포드 익스플로러의 경우 여기에도 해당되는 차종이다. <스페셜경제>는 최근 포드와 링컨의 연쇄 중고차 신차로 속여팔기 논란에 대해 한 발 더 들여다봤다.


시작가 5460만원 ‘포드 익스플로러’. 트렁크 물샘, 페인트 번짐, 마스킹 테이프 등이 발견 됐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링컨 컨티넨탈·링컨 MKX 무한 엔진경고등


포드 익스플로러·링컨 MKZ 유해가스 리콜


페인트 묻고 마스킹 테이프 남아있는 신차?


‘전문가 자문’ 확보한 전국적 피해사례 보고


지난 20일 2017년식 ‘포드 익스플로러’ 차주 장동민(52)씨가 ‘포드코리아’가 중고차를 신차로 속여 팔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차량을 야구방망이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해당차종은 시작 가격이 5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차량이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장씨는 2017년 5월 전주의 한 전시장에서 해당 차량을 구입했으며 2018년 4월 트렁크에서 물이 새 정비소에 들렀다가 정비소 관계자로부터 “차에 수리한 흔적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장씨는 처음엔 깊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이후 차량에서 수리 흔적으로 의심되는 증거들을 하나 둘 발견하기 시작했다.


차량의 지붕 격인 루프 캐리어에 흰색 페인트가 번져 있고, 트렁크 가장 자리에 도장 작업에 쓰이는 마스킹 테이프가 붙어있는가 하면, 트렁크 문의 양쪽 간격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차이가 확연했다는 게 장씨 측의 설명이다.


장씨는 국가기술자격이 있는 기술법인에 차량의 감정평가를 의뢰했고, 법인 측은 ‘뒷도어 내측 상단 부분에 대한 도장 수리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장씨는 이를 토대로 포드 측을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이 ‘포드 본사로부터 제출받은 차량의 이력’을 근거로 수리차량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시작가 8130만원 ‘링컨 컨티넨탈’. 한 달 새 5회연속 엔진경고등 점멸 주장이 제기됐다.


엔진경고등·네비게이션·선루프 문제차량에 할인 6~700만원 제시


다만, 문제는 이처럼 서류상으로는 신차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차량들 중 ‘중고차 신차 둔갑 의혹’을 받고 있는 차량이 여럿 더 있다는 점이다. <본지>는 앞서 작년 6월 29일 창원의 포드대리점에서 링컨 컨티넨탈을 구매한 황 모 씨의 사례를 단독 보도한 바 있으며, 이후 추가 취재에 의해 같은해 11월 28일 ‘더파크모터스의 한 지점’에서 링컨 MKX 제품을 구입한 B씨의 사례를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 링컨 컨티넨탈과 링컨 MKX 제품이 각각 구입한 지 이틀째와 익일 엔진경고등에 불이 들어왔으며, 링컨 컨티넨탈의 차주의 경우 AS를 반복했음에도 5회연속 같은 고장이 반복, 교환·환불을 요구하며 대리점에 차 키를 두고 나왔고 링컨 MKX 차주는 2회 연속 고장이 반복 되고, 선루프 떨림, 네비게이션 화면 멈춤 등의 증상이 발생해 차를 맡겨두었다가 소정의 보상금과 함께 차를 돌려받았다.


두 차량 모두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차량이었다. 다만, 이 두 차주의 공통점은 각각 700만원과 600만원의 할인을 제안 받고 차를 구입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차량의 할인 폭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하자가 있는 중고차량을 신차로 둔갑시킨 뒤 빠르게 팔기 위해 대폭할인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링컨 컨티넨탈 차주의 경우 블루색상의 차량을 원했으나, 딜러가 “블루색상은 출고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쥐색을 구입하면 당장 구입할 수 있음과 동시에 700만원을 할인해주겠다”고 다른 옵션의 차량을 안내해줬다고 한다.


시작가 5670만원 링컨 ‘MKX’. 차량구입 다음날부터 2회 연속 엔진경고등 점멸, 선루프 떨림, 네비게이션 화면 멈춤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주·속초 등에서 추가사례…수도권·창원 사례는 <본지> 확인


이처럼 비슷한 제보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례들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 차주 장씨는 자신의 차량을 야구방망이로 부수는 항의성 퍼포먼스를 진행한 익일인 21일 “나와 같은 차를 산 차주들이 수리 차량이 의심된다는 제보를 하고 있다”며 “전주와 속초 등에서 이러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 속초에 거주하는 2017년식 포드 익스플로러 차주 C씨도 <연합뉴스>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내가 산 차량도 장씨와 유사한 수리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미 수차레 매장에 항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작년에 차량 내부 배기가스 유입 때문에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차량의 도색을 덧칠한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했다. C씨는 다수의 정비업체로부터 “차량 수리 이후 재도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확인했다.


시작가 4900만원 링컨 ‘MKZ’. 정화조절밸브 부품 결함에 따른 휘발유 증발가스 차내 유입 발견 돼 리콜 여부와 관련한 검토 조치가 진행 중이다.


포드 익스플로러·링컨 MKZ 휘발유 가스유입 리콜 임박?


이러한 가운데 포드와 링컨 차량의 안전성에 의심이 갈 만한 사건들도 족족 확인이 되고 있다. 17일 MBC의 단독보도 등에 따르면,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포드 익스플로러(1600여대)와 링컨 MKZ(680여대) 모델 등이 정화조절밸브 부품 결함으로 휘발유에서 발생하는 증발가스가 차내로 유입되는 현상이 발견 돼 향후 리콜 여부와 관련한 자료를 검토 하고 있다.


이 증발가스는 주성분이 탄화수소로 호흡기에 치명적인 오존을 생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아울러 차량 안으로 유입된 증발가스는 탑승자의 호흡기관을 자극하고 두통을 유발하는 등 위험도가 크다. 환경부에 따르면 포드 측은 부품 내구성 강화 방안 등을 담은 결함시정계획서를 보완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 안팎에선 조만간 리콜 조치가 실시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포드와 링컨차량에 대한 각종 안전성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포드·링컨코리아 측은 “중고차를 신차로 판매한 적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 놓을 뿐 어떠한 이유로 중고차가 아닌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같은 입장에 따라 해당 피해 차주들의 교환·환불 조치에 대해서도 향후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해당 차주들은 불투명해진 교환·환불 절차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링컨 컨티넨탈의 차주 황씨 측은 “언론 기사가 나고 나서 본부장이 ‘언론에 제보했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더 들어 줄 수가 없다’고 했다”며 <본지>에 녹취록을 제공하기도 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미지출처=포드·링컨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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