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다음달 초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반도체 단지를 찾아 현장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는 새해 첫 출장을 중국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락세로 접어든 반도체 경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중국 수출 물량이 급감한 데는 중국의 성장이 둔화됐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로 지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중국의 성장 둔화는 반도체 경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IT업체들의 제품 판매량이 줄어드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탑재량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5G(5세대) 네트워크 장비 수출이 줄어들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똑같이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는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5대 거래처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중국은 삼성전자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거래국 중 하나다. 심지어 삼성전자의 가전이나 휴대폰이 등이 중국 업체에 밀려서 점유율이 급감할 때, 이를 끌어올려주고 보완해준 것이 반도체였다. 따라서 중국의 경기 둔화는 반도체 수출 급감으로 연결되고, 이는 즉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 급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는 이 부회장이 새해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 시안을 정한 것이 낸드 가격 출하 전략을 세우기 위한 현장 점검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이며, 현재 낸드플래시 제 2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 제2라인은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2020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내년으로 예정된 시안 2공장 본격 양산 시점을 늦추면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출하량 조정’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양산을 강행하면 ‘삼성발(發) 낸드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낸드 시장은 소수의 업체가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D램 시장과 달리 삼성전자,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등 5~6개 업체가 경쟁하는 탓에 가격 하락폭이 컸다. 이 점 때문에 업체들은 가격을 지키고 출하량을 줄이느냐와 가격을 포기하는 대신 출하량을 늘려 점유율을 높이느냐를 놓고 고민해왔다. 이런 상황이기에 현재 2위권 업체들은 시장점유율 41%인 1위삼성전자 '전략'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삼성이 가격 하락기를 틈타서 치킨게임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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