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인턴기자]지난 2일 숨진 채 발견된 신영증권 직원 A(40)씨가 ‘신주인수권 전환사채에 투자하겠다’며 고객·지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계인 계좌로 챙겼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피해자는 20여 명, 피해 금액은 10억 원 가량이라고 신영증권은 밝혔다. 다만, 피해자들은 신영증권 측이 직원을 부실하게 관리한 책임을 회피하고 개인 간 거래만 강조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14일 A씨가 일하던 신영증권 해운대지점으로 몰려가 내부조사 내용 공개와 피해보상을 요청했다.


A 씨의 친구였던 피해자 B 씨는 “신주인수권 전환사채는 증권회사 직원만 거래할 수 있으므로 개인 계좌로 보내면 회사 법인 계좌로 송금한 뒤 안전하게 투자한다 해서 지난해 5월부터 3억1천900만 원을 송금했다”며 “A씨가 카톡으로 회사 HTS 화면을 찍어 보내줬고 10년간 신영증권에 계속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A 씨의 대학 후배였던 피해자 C 씨는 “A씨가 지난 9월 20일 3주에 수익률이 8.5%인 전환사태 상품에 투자하라고 해서 마이너스통장에서 1천만 원을 투자했다. 이후 계속 투자를 권유해 1억6천만 원을 A 씨 개인 계좌로 보냈다”며 “증권회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사람이어서 의심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분개했다.


피해자 D 씨는 “A 씨와 투자상품과 관련해 주고받은 대화와 자료 사진 등을 보면 대부분 회사 근무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다른 피해자들은 “A씨가 수십 명이나 되는 투자자에게 투자 권유나 투자상품 관련 사진을 보내느라 바빠서 본인 업무에 소홀하고 집중도가 심각하게 떨어졌을 텐데 이런 사기 행각을 사전에 알지 못한 회사에도 책임이 있다”며 “개인 계좌로 돈을 송금한 우리 잘못도 있지만, 금융업종 특성상 직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했는데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한 회사 측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영증권 측은 “자체 감사 결과 개인 계좌로 거래가 이뤄졌고 회사 계좌를 이용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하는 것이 우선, 지금 단계에서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2008년부터 신영증권에서 근무한 A씨는 작년 12월 31일 자신이 근무하는 해운대지점으로 한 피해자가 찾아오면서부터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한 피해자가 사적으로 A 씨에게 투자했다며 지점장과 상담한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연락이 끊긴 채 자취를 감췄고, 이날 귀가하지 않자 가족에 의해 실종 신고됐다.


지난 2일 경찰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도로에 주차된 SUV 차량에서 A씨가 숨진 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피해자들은 이에 대해 “A씨가 10월 이후 수익금이 잘 입금되지 않아 독촉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인 12월 평소 친한 고객과 지인 등에게 무차별적으로 투자를 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 1577-0199, 희망의전화 ☎ 129, 생명의전화 ☎ 1588-9191, 청소년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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