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인턴기자]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달 연달아 경기 둔화를 전망했다. 그간 내수보다 양호한 평가를 받아온 수출에 대해서도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KDI는 13일 발표한 ‘KDI 경제 동향 1월호’를 통해 “우리 경제는 최근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수출 상황과 관련, “작년 12월 수출은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했다”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수출 여건이 점차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경기 둔화를 공식화한 KDI가 3달째 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수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둔화를 처음 내릴 당시 KDI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이라고 판단했었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증가 폭이 완만해지고 있다”는 정도로 표현한 것과는 달리 이번엔 “감소, 위축, 악화”등의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KDI의 분석은 정부의 분석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지난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 1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서도 반도체 업종 상황을 리스크 요인으로 꼬집었다. 다만, 정부는 작년 연간 수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수출 전망을 바꾸지는 않았다.


KDI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4.1% 증가했던 수출이 12월 1.2% 줄어들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8.3%), 석유화학(-6.1%) 등이 부진했고, 중국으로의 수출(-13.9%) 감소가 크게 확대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제협력기구(OECD) 선행지수 또한 급격히 악화되며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KDI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까지 추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하방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세계 산업생산 등 대다수 실물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으며 기업심리지수와 OECD 선행지수도 향후 세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도 부진했다. 반도체·보건 및 사회복지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상승 폭이 모두 감소하며 전 산업 생산 상승세가 부진했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내림세를 유지했다.


소비와 관련이 깊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의 생산 증가율이 저조함으로써 민간 소비 역시 둔화했다. 작년 8월 5.7%, 9~10월 평균 2.8% 올랐던 소매판매액은 11월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12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전달에 이어 97.2로 집계되며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투자 상황도 좋지 않다. 작년 11월 국내 기계 수주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설비투자지수가 내림세로 전환됐다. KDI는 자본재 수입액의 하락세가 확대됨에 따라 당분간 설비투자의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0월 전년보다 13.0% 상승한 자본재 수입액은 11월 -11.5%, 12월 -24.7% 하락하며 내림세를 지속했다.


건설투자 상황도 부진했다. 작년 9~10월 평균 10.4% 내렸던 건설기성은 11월에도 10.6% 하락했다. 건축(-11.6%), 토목(-7.4%) 등 모든 부문이 감소했다. 건설 수주 역시 주택을 중심으로 건축 부문에서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인허가 및 착공이 6개월 연속 크게 하락하고 있어 주거 건축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제공=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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