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해 10월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AA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AA-(안정적) 평가를 받은 이후 계속 신용등급이 올랐으나, 16년 만에 하향 조정될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현대자동차 뿐 아니라, SK, LG 롯데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에게도 벌어지고 있다. 사업환경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인해서 기존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심지어 신용평가사들의 올해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조선, 해운, 철강 등 거의 모든 업종이 고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내 5대 그룹 계열사 중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롯데쇼핑, LG디스플레이 등 모두 12곳 정도다. 한국기업평가 뿐 아니라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실 그동안 3대 신용평가사는 5대 그룹 계열사 등급 하향 조정에 소극적이었다. 업황에 따라 채무 상환능력의 부침이 심한 하위 그룹사에 비해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갖추고 진단했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이 5대 그룹 계열사들을 대거 부정적 평가 대상에 올려놓은 것은, 국내외 경기 둔화와 경쟁 격화로 최상위 대기업 그룹들의 재무안정성 기반에도 균열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에는 지난 2017년 3분기부터 영업이익률이 3%를 밑도는 점에 주목했다. 아울러 이러한 현대차 신용 전망 하락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전망 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 역시도 지난 2003년 첫 신용등급 평가를 받은 후 처음으로 2017년 말 부정적 전망을 받았다. 꾸준하게 상승해왔던 신용등급이 국내 소비 경기 부진 등으로 역주행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5월에는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쇼핑의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밖에도 SK그룹 산하 민자발전사 SK E&S와 파주에너지서비스는 국내 경기 활력 저하에 따른 전력 공급과잉으로 장기간 고전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다. 또 LG하우시스의 경우 고기능 소재는 중국과 미국의 수요 감소 탓에 적자로 전환하고, 국내 건축자재 시장도 하락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들 12개 기업의 신용등급은 전체 20개 등급 가운데 최상위인 AAA부터 네 번째인 AA-로 실제 등급이 하락해도 투기등급인 BB+ 까지는 7~11단계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기업들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기업평가는 분석 대상 29개 업종 중 지난해보다 올해 사업환경이 좋아질 업종은 하나도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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