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금수저·흙수저’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수저계급론’ 인식이 4년 사이에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청년 10명 중 과반 수 이상은 ‘한 번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30세 미만 청년의 61.55%가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비교적 낮다’고 답한 청년은 46.3%였으며, ‘매우 낮다’고 응답한 사람도 15.25%에 달했다.


이는 4년 전인 2013년 조사에서 ‘낮다’라고 응답한 청년들이 46.8%(‘비교적 낮다’ 37.08%, ‘매우 낮다’ 15.25%)였던 수준과 비교하면 1.3배, 14.78%p 늘어난 수치다.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면서 청년들의 계층 인식 변화가 수치로 확인될 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청년들의 계층 이동 가능성 인식에는 가구 소득과 거주 형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2013년에는 소득이나 거주형태가 청년들의 인식에 영향력이 거의 없었으나 2017년 들어 커지기 시작했다.


이는 주관적 계층 의식 결정에서 개인의 능력보다 외부에서 제공되는 자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소득 불평등 해소가 계층 간 격차 차이를 줄이는 데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층이 한 단계 상승할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월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보다 ‘500만~700만원’인 가구가 3.15배 더 높았다.


가구소득이 ‘월 700만원 이상’으로 현재 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구의 청년들은 2.73배 계층 상승 가능성을 예측했다.


거주형태별 청년 인식을 살펴보면 자가주택 거주자가 임대주택 거주자보다 1.3배가량 더 많이 자신의 계층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층 이동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지인도 ‘친구나 주변인’에서 직접 가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친척’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주관적 계층의식에 있어 경제적 자원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원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한다는 신조어인 수저계급론이 실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취업자일수록 ‘계층 이동 가능성’ 비관적


이번 연구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직업을 가진 청년일수록 계층이동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는 점이다.


2017년 경제 활동에 참여 중인 청년들의 계층 이동 가능성 인식도를 보면 안하는 청년들보다 0.8배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이 안한 사람보다 계층 이동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4년 조사와는 반대의 결과다.


이용관 연구원은 “첫 취업이 계층 이동의 징검다리보다 함정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회 구성원 간 격차가 발생하더라도 계층 이동 가능성이 있다면 불평등은 노력의 동기가 될 수 있으나 개인의 노력이 아닌 이전 가능한 외부 자원에 의해 계층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본인 세대의 계층 이동 문제를 넘어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 발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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