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1호 원전 수출’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바라카 원전 정비계약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우리 정부는 바라카 원전 건설은 물론 운영지원계약(OSSA)까지 따낸 상태였기 때문에 정비계약은 당연히 따놓은 당으로 여겼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계약에 참여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정비계약을 한국과의 수의계약에서 돌연 국제경쟁입찰에 바꿨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우리 정부에게 낮은 가격을 써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UAE는 무함마드 알하마디 UAE 원자력공사 사장을 한국에 파견하고 ‘계약자로 선정되고 싶으면 가격을 30% 이상 낮게 써내라’는 메시지를 정부와 원전 공기업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자니 실익이 없고, 계약을 포기하자니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인 이번 계약이 꼬이게 된 1차적 원인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원전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펴면서, 해외에 원전을 수주하겠는 모순을 UAE가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자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UAE가 협상 과정에서 탈원전에 따른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지만 우리 경재국인 미국과 영국이 한국의 약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가 LTMA 계약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바리카에 짓고 있는 원전이 한국의 독자 모델인 ‘APR1400’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탈원전에 들어가기 무섭게, 가격후려치기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자칫하면 적자 계약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UAE의 요구대로 한국이 30% 이상 낮은 금액을 써서 낙찰될 경우 최종 계약액은 1조원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된다고 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들 공기업은 LTMA 계약을 무조건 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가 수주 계약 체결은 안 하는 것만 못한 상황이지만, 계약 성사를 시키지 못할 경우에 닥칠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이 어려워도 저가 계약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현재 APR1400 노형 원전의 유지 보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UAE 입장에서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당당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수주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탈원전 정책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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