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원격진료가 정부와 의료계·시민단체의 ‘불협화음’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다른 나라는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자가 많아지고 의료비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제 디지털 헬스케어는 세계적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그러는 사이 경쟁국들은 규제개혁을 통해 원격진료를 본격 허용하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는 화상전화로 원격 진찰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원격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활용도를 높였다. 현재 일본 전역에서 1600여개 의료기관이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초진은 반드시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는 제한사항은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환자에게 복용 지도를 하고 처방약을 우편으로 배송하는 방식의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의약품·의료기기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온라인으로 약사에게 복용지도를 받고 처방약을 집에서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들이 쉽게 약을 수령할 수 있게 돼 고령 환자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 후진국으로 꼽히던 중국도 원격의료 활용에 적극적이다. 일본보다 앞선 2016년 병원-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장한 이후 서비스 이용자가 1억명이 넘는다.


新성장동력 ‘급부상’…치고 나가는 美·中·日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자 업체들은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중국의 경우 원격의료 시장이 커지면서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주요 IT기업들도 앞다퉈 원격의료 서비스에 투자하고 나섰다.


원격의료가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원격의료 서비스 기기 출시가 활발하다. 최근 미국 제약업체 애보트는 인체에 삽입하는 심박 측정기를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출시했다.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온라인에서 치료상담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병원 자체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답보상태’ 빠진 韓 원격의료


이처럼 경쟁국들이 원격의료시장을 선점에 나가는 동안 한국은 지나친 규제와 이해당사자와의 충돌로 인해 한참 뒤처져있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3년 2월 ‘모바일 의료용앱 안전관리 지침’을 발표한 이후 추가적인 지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추진했던 원격의료는 의료법에 가로막혀 제대로 시작도 못하는 상황이다. 2000년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실시된 이후 의사·약사단체 반발로 원격의료·조제는 1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게다가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원격의료가 의료 민영화 수순으로 보고 적극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환자간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하는 원격진료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국민건강을 도외시하는 일체의 의료영리화적 정책 시도에 대한 분명한 거부 의지를 밝힌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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