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세계경제도 신음…‘경기지표도 최악으로 치닫는다’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싸늘해진 연말 금융권의 분위기는 크리스마스 무드로도 달아오를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산타의 선물보따리 대신 근심보따리가 한 가득이다. 워낙 크고 무거워 내년 연말 안에 다 풀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올해는 국내 경기침체를 알리는 각종 경기지표가 속을 썩였다면, 내년은 국내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 세계경제의 침체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연준)은 속도조절을 암시했지만, 이번달에는 예정대로 금리를 인상했다. 국내 외국자본의 유출 등을 막기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도 금리격차는 좁혀지지 않은 셈이다.


은행권은 올해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비대면대출 증가 등이 한 데 겹치며 시중은행의 인원감축 움직임이 가속화 됐다.


또 정부는 정부정책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를 카드수수료 감축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카드사를 배제한 소상공인-소비자간 거래방식인 제로페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제로페이는 벌써부터 인기가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어 이에 투자하고 있는 업계의 손실도 우려되고 있다. <스페셜경제>는 근심 한 보따리 금융권의 신년운세를 엿보기로 한다.



‘비대면↑·최저임금↑·주52시간’→銀인원감축


신음하는 카드·손보업계…금융지주 셈법 복잡


한은도 美연준도 모두 금리인상


한국은행이 전월 30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1.25% 인상했다. 근 1년간 경기침체를 우려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동결로 버텨왔지만 앞선 10월 폭락장에서 드러났듯 외국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등 위기감이 가중되자 마지노선을 허용한 모양새였다.


미 연준은 비둘기 발언이 늘었지만 결과적으로 19일(현지시각)은 예정대로 한 차례 금리(0.25%)를 더 인상했다.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당장은 금리격차가 줄지 않은 셈이다.


외국인 자본유출 등이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 속에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장은 긴축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美·中 쌍끌이 하향세…국내제조업 부진 감당해야 하는 금융권


수출여건도 좋지 않다. 미 연준이 속도조절을 시사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반대한 상황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방증한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경색국면을 연출했던 중국도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언행을 다소 삼가는 등 경기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앞선 10월 국제통화기금(IMF)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 낮은 3.7%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비중이 큰 국내 주요 제조업의 경쟁력도 좋지 않다. 한은 이주열 총재는 지난 18일 “작년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3~4년 후나 5년 후를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자동차 업계도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미국의 수입차 관세 25% 가능성을 여전히 거론하는 상황에서 수출 압박이 상당하다.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법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해 연봉 9000만원 이상의 귀족노조들도 임금을 올려줘야 할 상황이 예견되면서 수출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기업의 수출이 둔화되면 그만큼 국내 은행권도 부담을 나눠지게 되는 셈인 만큼 금융권의 불안감도 함께 가중되는 상황이다.



카드사 위기 쌍두마차 ‘카드수수료 감축압박’-‘제로페이’


내년 금융권의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소로는 카드사의 수수료 감축 부담도 있다.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늘자 이들의 어려움은 카드수수료 때문이라며 이들의 수수료를 감면해주고 이로인해 발생할 8000억 수준의 비용을 신용카드사에게 떠넘긴 것. 정부는 이 비용을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에서 충당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막상 카드사들은 인원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동시에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계좌이체 방식으로 소상공인과 구매자를 잇는 ‘제로페이’를 내놓으면서 카드사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제로페이’가 신용카드와 달리 일정기간 대금지불을 유예 해주는 신용공여기능이 없고 할부 및 포인트도 없으며 어플을 키고 QR코드를 찍는 등 결재방식도 까다롭다는 점에서 막상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소상공인들의 3% 정도만이 제로페이 가입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페이가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KB국민은행이나 IBK기업은행 등 이를 준비한 은행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휘감는 인원감축 바람…신입 뽑아야 하니 50대라도


인원감축 바람은 시중은행에도 불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비대면대출 증가 등이 한 데 겹쳐 사실상 인원감축 다이어트를 강요받았다.


문제는 은행들이 점포가 줄고 인력수요도 감소했지만, 악화된 고용지표의 책임을 만회해야 하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확대된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수용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올해 5대 시중 은행의 신규 채용분은 3,250명에 달한다. 이에 인원감축은 대개 50대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실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하반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은 이달 597명의 퇴직대상자를 확정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1일까지 1964년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퇴직자가 확정되고 나면 대상자의 수는 400여명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도 금년 말과 내년 초에 걸쳐 임단협을 끝내고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에서만 2000명의 퇴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 등 지방은행도 금년 말까지 315명을 희망퇴직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위기 4번타자 등판한 ‘IB’ 막중한 어깨


금융권의 어려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과 정부의 DSR 규제 등으로 대출사업수익이 하향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되는만큼 새로운 수익구조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 이에 따라 투자은행(IB)부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연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교체 흐름에서도 읽힌다. 증권사들은 IB 부문 인사들을 사장자리에 올리는 등 IB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9일 박정림 국민은행 부행장과 김성현 KB증권 부사장을 KB증권 각자대표로 추천했다.


특히 김 신임대표는 1988년 대신증권 입사 이래, 한누리투자증권→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KB투자증권 IB부문 총괄 등을 거친 IB전문가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신임 대표에 IB 전문가 정일문 부사장을 내정했다. 정 부사장은 1988년 한국투자증권(당시 한신증권) 입사 이래 30년간 한국투자증권에서만 일해오고 있다. IB 분야에 주력해왔고, 특히 기업공개(IPO) 부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미래에셋대우도 조웅기 사장을 부회장으로, 김상태 IB 부문 대표를 IB총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앞서 NH투자증권도 올초 IB 부문을 맡던 정영채 부장을 대표로 임명했다.


다만, 국내외경제둔화에 따라 내년 시장 전망이 전반적으로 어두워진 만큼 금융권의 뱃머리를 잡은 셈이 된 이들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워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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