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지난 18일 ‘강릉 펜션 사고’로 중상을 입은 서울 대성고 학생들 중 2명은 의식을 잃은 채 강릉에서 원주로 이송돼야 했다.


강릉아산병원에 마련된 고압산소치료실은 부상자 7명 전원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들이 강릉에서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한 건 최초 발견 시점에서 2시간30여분이 지난 후였다.


이번 사고로 인해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를 위한 ‘고압산소치료’ 시설 부족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압산소치료는 다량의 산소를 체내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해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고, 저산소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환의 증상을 개선해 줄 수 있다.


임상실험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고압산소치료를 24시간 내에 받으면 치료효과가 나타나지만, 빨리 받으면 받을수록 회복 속도가 빠르고 합병증 발생 확률이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검증된 고압산소치료 시설을 갖춘 응급의료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은 26곳으로, 전체 응급의료기관(416개소) 중 6% 수준에 불과하다.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서울·부산·충남·경남·제주는 각각 3개소가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경기·인천·충북·경북·광주·대구·대전·전남에는 고압산소치료시설이 각 1개소씩 있다. 심지어 세종·울산·전북은 아예 1곳도 설치돼 있지 않다.


최근 번개탄이나 연탄가스를 이용한 극단적 선택이나 작업장 가스중독사고가 잇따르면서 고압산소치료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기기가 워낙 비싸 시설을 갖춘 병원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기기 설치비용은 억대를 호가하는 반면 의료수가는 몇 만원 수준에 불과하고, 응급의료기관 필수 설치 기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료기관이 설치를 꺼린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강원도의 경우에도 3개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는 20명이 채 안 된다.


서울의 경우, 3곳 모두 중증환자를 치료하기 어려운 1인용 기기만 보유하고 있다. 중증환자들은 의사가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다인용 기기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


결국 서울에서 사고를 당한 중증 가스중독 환자는 서울 외 다른 지역으로 긴급 이송돼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가스누출 사고로 인한 위급환자가 1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압산소치료시설이 부족해 대형 화재 사고가 나면 큰 인명피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기관 차원에서도 억대의 기기를 설치하는 만큼 충분한 수가가 보상돼야 선진국 수준의 응급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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