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의원은 당혹스러운데…‘강효상 의원만 열 올린다’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대구 달서병?비례대표)이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폐쇄 및 이전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월권’ 이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앞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4년부터 환경단체와 제련소 소속 근로자·지역주민들간의 갈등으로 매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단골손님으로 꼽히는 등 지속적인 논쟁대상이 돼 왔다.


환경단체는 안동댐 오염 주범이라고 주장하며 폐쇄를 요구하고 있지만, 근로자들과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생계와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양측은 입장 차가 극명해 대치상태로 정체국면에 접어드는 듯 보였으나, 돌연 환노위 소속 강효상 의원이 나서 ‘영풍 석포 제련소 이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언급, 환경단체의 편을 들면서 파문이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가 됐다.


정치권에서도 강 의원이 환노위 소속이라고 하지만, 해당 지역구 의원도 신중을 기하는 논쟁 사안에 대해서 한쪽의 편을 들며 ‘기간산업 이전’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행보가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특별법 제정에 나선 강효상 의원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초선의원으로서 ‘입지’ 다지기 위한 포석
‘제련소 이전 및 폐쇄 지역소멸 앞당긴다’



사실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강효상 의원의 지나친 ‘관심’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물론 강효상 의원이 환노위 소속 의원으로서 영풍 석포제련소와 관련한 발언을 할 수 있지만, ‘지역 이전’ 까지 운운하는 것은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는 월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풍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봉화군의 지역구 의원으로 ‘강석호 의원’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도를 넘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정작 강석호 의원은 제련소를 두고 진보 환경단체와 근로자?지역주민 사이에 갈등이 극에 달하자, 이 사안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며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우에는 지역 근로자들의 일자리 1200개는 물론 봉화?택배 일대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지역경제와 지역민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판단을 내리거나,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시민단체와 영풍 노조 역시도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는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일이라면서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실제로도 인근 지역인 봉화와 태백이 인구수가 줄어가는 상황에서도 ‘제련소’가 위치한 석포만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석포제련소가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다.


때문에 석포제련소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이나 폐쇄를 주장하는 것은 지역민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으로 보일 수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는 근로자는 물론 지역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영풍 석포 제련소 특별법’ 관련해 강효상 의원실 측은 <본지>와의 전화통에서 “일단은 아직 특별법이라는 게 의원님이 구상 중이신 건 사실인데, 구체적으로 법안을 어떻게 만들거나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며 “그래서 앞으로 만약에 준비를 하게 되면서 그런 부분들은(지역구 문제나 석포제련소 근로자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뭐가 정해진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별법 발의’ 감춰진 이면?


지난 11일 강효상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면서 “영풍제련소와 같이 오염 논란이 있는 거대시설에 대한 이전의 경우 제대로 된 관련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계 등 지역 경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강효상 의원은 영풍석포제련소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가칭 ‘대규모 오염시설 이전 지원에 관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같은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포제련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곳은 진보성향의 환경 단체들로서, 보수성향 자유한국당 소속의 강효상 의원과 뜻을 같이하기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강효상 의원의 주장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재선을 확신하기 어려운 초선 의원이기에, 존재감 부각을 위해 ‘진보와 보수의 합작’이라는 무리수를 둬 가며 ‘영풍 석포제련소’ 해결사로 자처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의 한 의원은 “초선 의원들은 누구다 재선에 대한 불안감을 갖기 마련이다. 초선에서 재선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강효상 의원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보수 정당 의원이라면 난항을 표할 수밖에 없는 이슈에다가, 선배 의원의 지역구에까지 손을 뻗어 열을 올리는 것 같다. 어떻게든 업적을 세워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즉 초선의원이 주목받기 쉽지 않은 정치판에서 어떻게든 이목을 끌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초선의원들은 국정감사 등에서 시선을 끌만한 ‘건수’를 들고 나오지 않으면,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잊히기 십상이다. 결국 초선 의원이 재선으로 가고, 다선 의원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스타덤’에 앉게 해줄 한 방이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대구 달성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강효상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봉화에 위치한 영풍제련소 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효상 의원실은 “(이목을 끌기 위한)그런 건 전혀 아니다”라며 “저희가 환노위에 오고 나서 활동을 살펴보면 계속 대구쪽 물 문제랑 낙동강 수질개선 등에 대해서 계속 집중해왔다. 그리고 석포제련소도 그 이슈 중 하나다”라고 해명했다.


취수원 떠넘기고 ‘물기술인증원’ 유치 전략


또 다른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효상 의원이 석포제련소 문제를 공식화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물기술인증원 유치와 취수원 이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구에는 물산업클라스터가 위치해 있으며, 강효상 의원은 물산업클라스터 내부에 물기술인증원을 유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강효상 의원은 물 산업 관련 기술과 제품, 기업들이 모인 클라스터 내에 미국 FDA와 같은 공신력 있는 인증원이 있어야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하다면서 비율과 효율성 등을 근거로 대구 유치를 강조해왔다.


이와 함께 강 의원은 10동안 이어져온 대구와 구미의 ‘물 전쟁’ 취수원 이전 문제를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대구는 해평정수장을 비롯한 취수원을 구미 북단으로 옮기려고 했었고, 구미 지역은 이를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대구에 있는 취수장이 구미로 옮겨가면 취수장이 확대되고, 수질보호구역 역시 넓어진다. 구미시 입장에서는 개발이 제한되고, 수질오염총량이 줄게 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기에 반대해 온 것이다.


이와 달리 대구는 취수원이 이전되면 더 많은 개발 부지를 확보할 수 있어 ‘이전’ 요구를 계속해왔다. 즉, 물기술인증원을 대구로 유치하고, 대구 취수원을 구미로 옮기는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기 위해서는 낙동강 이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 석포제련소의 문제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 역시 “강 의원이 낙동강 이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물기술 인증원 등을 유치하기 위해 진보 성향의 환경부 장관, 환경 단체 등과 주고받는 식으로 석포제련소 문제를 건드린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 비대위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친홍(親洪) 성향의 강 의원이 자신의 민원을 위해 일탈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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