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학회와 공동의료자문 추진…정치권에서도 제도개선 관심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보험금 거절 수단으로 전락했던 의료자문제도가 민간공동의료자문 추진으로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와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빠르면 이달 안에 ‘공동의료자문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TF’를 출범키로 했다.


TF는 자문 내용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대한암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도수의학회 등 전문의학회를 대상으로 일괄 MOU(양해각서)를 체결, 민원이나 분쟁이 잦은 분야에 대해 공동 의료자문을 실시할 계획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청구에 대해 과잉진료가 의심되거나 판단이 어려운 경우 주치의에게 소견을 구하거나, 주치의가 거부할 경우 제3의 의료기관에 자문을 의뢰하는 의료자문제도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 제도는 보험사가 선임한 자문의가 결정을 내리다 보니 보험사에만 유리하게 적용돼 공정한 자문이 이뤄지지 않는 평가가 많았고, 실제로 그동안 이를 악용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소비자 불만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생·손보사 합계 연간 5만4076건이었던 보험사 의료자문건수는 2017년에는 9만2279건으로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의료자문이 연간 10만여 건에 달할 정도로 보험사들이 보편적이고 광범위하게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이번 조치는 보험사가 개별적으로 의료자문단을 결성하기보다 공신력있는 전문의학단체로부터 공동자문을 받아 객관성을 높여 소비자들과의 신뢰도를 쌓는다는 취지다.


TF는 내년 초까지 전문의학회와의 MOU 체결 작업을 마무리 하고, 빠르면 2월부터 공동의문자문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정치권도 관심 ‘↑’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보험업계 내부에서 자발적인 노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해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향후 또 다른 대책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은 ▲제3 의료기관 자문 절차 설명 의무화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의료자문 프로세스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의료자문 객관성 담보를 위해 소비자와 보험사 간 자문기관 선정 합의가 안 될 때 금감원을 통해 전문의학회 자문을 받는 프로세스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의료분쟁소위원회는 지난해 8월 구성된 이후 회의 한 번 개최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의료자문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경우 해당 의료자문 기관은 피보험자를 직접 면담해 심사해야 한다. 이는 의료자문기관이 보험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피보험자의 병명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작 금융소비자연맹이 “현행법상 보험사의 의료자문은 임의적인 소견이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자칫 환자를 보기만 한 것으로 자문의의 의료자문이 법적 권위를 얻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해, 향후 제도 개선 방향에 귀추가 모아진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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