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갤러리조은은 김덕용 작가와 이지현 작가의 2인전 ‘My Story’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나무 위에 구현해온 김덕용 작가와 책을 이용해 ‘훼손의 아름다움과 재탄생’을 이야기하며 주목받고 있는 현대미술가 이지현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 작가는 아련한 그리움과 진솔한 마음의 소리를, 이 작가는 책이 지닌 새로운 존재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나무의 결 따라 그려진, 사계절이 담긴 마음의 풍경 – 김덕용


김 작가는 자연의 순리대로 변화하는 사계의 모습과 시간의 간극을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그 의 작업에서 특징적인 요소를 꼽자면 캔버스대신 나무를 사용하는 데 있다. 시간성이 충만한 재료와 소재로 구현된 김덕용의 작업은 그래서 누구나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 작품 세계를 가진다.


김덕용, 결-그의 공간, 60.5 x 80.5cm, 나무에 자개, 혼합기법, 2018

그는 직접 수집한 나무의 표면을 갈고 닦고 문지르고 그을리기를 반복한다. 단청채색을 하거나 자개를 붙이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특히 김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을 따뜻한 온기를 담아 그려내고 있다. 때마다 피고 지는 꽃들, 기와집, 세월이 느껴지는 이불과 책이 그려진 풍경은 “그림은 손재주나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김덕용, 결-그의 공간, 76 x 85cm, 나무에 자개, 혼합기법, 2018

긴 시간 이어온 자개 작업 역시 작가만의 ‘배채법’으로 표현돼 빛에 따라 그윽하고 영롱하게 발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채법은 화면의 뒷면을 채색해 은은하게 비치게 하는 전통 동양화 기법이다.


이번 전시는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밀도 높은 그의 작품들을 느껴볼 기회가 될 것이다.


김덕용, 결-달빛 그림자, 90 x 110cm, 나무에 단청기법, 2018


책을 두들기고 뜯다, ‘훼손의 아름다움’ - 이지현


책을 망치로 두드렸다 해체하니, 책 표면에 보풀이 몽실 거린다. 현대미술가 이지현 작가의 전매특허인 해체와 재생이 이뤄진 모습이다. 그는 예술, 인문학 등 다양한 책들을 펀칭기로 완전히 파편화시킨 뒤, 다시 그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가는 이렇게 재탄생된 책을 통해서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이지현, dreaming book-Gogh, 44 x 31 x 16cm, 책, 2018

그는 옷이나 책의 기본 형태는 훼손하지 않는다. 표면만 두드리고 찢을 뿐이다. 다만 책 속 글자를 해체한다.


망치질로 물성만 남고 과거 스토리는 지워진다. 본래의 의미는 해체되지만 작가의 의도로 새롭게 재생된다.


이 작가는 “누군가가 입었던 옷이나 제주 해녀의 옷과 아버지의 서재나 헌책방에서 구한 인문학 서적을 활용해요. 재료 자체에 의미가 충분하죠. 그것의 해체 과정을 통해 지워내지만, 작업하는 과정에 저의 감성이 담기게 되니 재생도 있죠”라고 말한다.


이지현, dreaming book-Tchaikovsky, 44 x 33 x 18cm, 책, 2018

책들의 해방이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거나, 벽에 설치했던 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순애보를 다룬 책을 두드리면서 가슴이 설렜다. 내용을 버리기에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글씨를 살리고, 형태도 자유롭게 구사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설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지현, dreaming book-Cezanne, 25 x 35 x 24cm, 책 ,2018

조은주 갤러리조은 큐레이터는 “김독용 작가의 작품은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 따뜻하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온기가 느껴지는데 꼭 누군가 마음을 안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지현 작가의 작품은 책 속에 적힌 내용뿐 아니라 숨겨진 번외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역동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진 이번 전시가 감상자의 눈과 마음으로 인해 ‘마이 스토리로’ 재탄생될지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갤러리조은)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