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죄 많은 소녀’가 영화 개봉 당일부터 반응이 뜨겁다. ‘경민’의 실종사건에 가해자로 몰린 소녀 ‘영희’가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며 시작되는 영화 ‘죄 많은 소녀’는 김의석 감독의 실제 경험담에서 출발한다.


남성 감독이 겪은 일련의 사건을 여성의 이야기로 변환해 연출한 이 작품에 대해 김의석 감독은 “인간들이 부딪히고 충돌하는 이야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런 ‘죄 많은 소녀’ 속에서 가장 앞에 서서 영희를 괴롭히고, 영희가 다시 학교에 돌아온 이후에는 누구보다 영희에게 잘 보이고자 노력하는 ‘다솜’.


배우 ‘이봄’은 자신이 연기한 ‘다솜’에 대해 “학생들을 대변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봄은 “영희를 의심하고, 다시 영희가 돌아온 이후에는 영희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라고 다솜을 정의했다.


영화 속 ‘다솜’이 남들과 다른 특이한 아이여서 그런 것이 아닌, 우리 곁을 살아가고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배우 이봄.


<스페셜경제>는 영화 ‘죄 많은 소녀’ 속 ‘다솜’을 연기한 배우 이봄과 함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나눠봤다.



처음 ‘죄많은 소녀’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죄 많은 소녀는 굉장히 강렬한 사건들로 이우러져 있는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 영희가 주변인들로부터 시달리는 상황에서는 답이 이미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속에서 답답한 마음과 함께 굉장히 차분하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으면서 이질감을 많이 느꼈다.


사실 처음에는 모든 내용이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읽다보면 그 전에는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던 부분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새롭게 궁금해지는 부분들을 메모해놨다가 오디션장에서 감독님께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보고 그랬었다.


‘죄 많은 소녀’는 김의석 감독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오디션 현장도 다른 곳과는 조금 달랐을까? ‘죄 많은 소녀’의 오디션은 어떤 분위기 속에서 진행 됐는지 궁금하다.


-죄 많은 소녀 오디션 현장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오디션이 진행됐다. 죄 많은 소녀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 인상 깊었던 장면, 이해가 가지 않거나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편하게 집중할 수 있는 상태에서 대본 리딩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추가된 장면이나 ‘다솜’의 캐릭터 설정이 바뀌기도 했을 것 같은데.


-맞다. 처음 시나리오 속 ‘다솜’과 영화 속의 ‘다솜’ 캐릭터는 완전히 다르다. 처음 시나리오 속에서의 ‘다솜’은 한 장면에만 출연하는 역할이었다. 오디션 이후 시나리오가 수정되고 지금의 ‘다솜’이 완성됐다.


‘다솜’을 연기하는 데 있어 감독님은 어떤 부분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주셨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마음껏 해라’, ‘편하게 해라’ 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다만 다솜이라는 캐릭터를 악역으로 특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실 주인공 ‘영희’ 입장에서 보면 ‘다솜’은 악역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공격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캐릭터가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길 바라셨고, 저 역시도 ‘다솜’을 연기하면서 ‘내 옆에서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라는 느껴질 수 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배우 이봄이 생각하는 다솜은 어떤 인물인지 설명해달라.


-다솜은 영화 속에서 학생들을 대변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영희를 의심하고, 그러면서도 영희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영희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그런 행동들을 함으로써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다솜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태세전환이 빠른 친구다. 그렇다보니 일반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다솜이 특이하고 특별한 아이라서, 성격이 남들과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도 이런 다솜의 행동들이 보시는 분들에게 이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죄 많은 소녀’는 배우 이봄에게 어떤 의미일까?


-제 연기 인생의 전환점 또는 하나의 꼭지라고 생각한다. ‘죄 많은 소녀’를 만나서 ‘부산 국제 영화제’라는 큰 영화제에도 참여하게 되고, 영화 개봉을 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무대 인사를 하고. 그 모든 순간들이 너무 감사하다.


이 영화를 통해 더 열심히 배우고, 더 열심히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죄많은 소녀를 촬영하고 꼬박 2년이 지났다. 영화 촬영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에는 부산 국제 영화제에 다녀오고,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 촬영하고. 오디션 보고 다음 작품 준비하고.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배우 이봄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데뷔작인 ‘선생 김봉두’ 이후 10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다. 다시 스크린 앞에 서게 된 소감은 어떤가?


-모든 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선생 김봉두’를 촬영하고 지금까지 제 꿈은 언제나 ‘배우’였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했고, 장래희망도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고, 어떤 역할이 주어져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늘 감사했다.


‘선생 김봉두’는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데뷔작이자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만약 그때 ‘선생 김봉두’를 만나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지금 배우를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선생 김봉두’를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를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선생 김봉두’에 참여하기 전 처음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할머니. 할머니가 기뻐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기를 배우고 싶었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잠시 할머니 손에 길러진 적이 있다. 그때 할머니가 텔레비전을 좋아하시는데 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처음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4개월 정도 다녔을 무렵 선생 김봉두에 참여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할머니가 연기를 하도록 저를 이끌어주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할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어린 꼬마가 벌써 데뷔 16년차가 됐다. 그 사이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저는 제가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리뷰를 찾아서 읽어보는 편이다.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제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해석들, 다른 시각들을 읽으면서 저 역시도 다시 배우게 되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와 감독의 소통, 배우와 배우의 소통 뿐 아니라 저희 작품을 관람해주시는 분들과의 또 다른 소통을 통해 하나의 영화가 완성되는 모든 과정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래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게 되는 것 같다.


저는 제가 이 모든 순간들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새롭게 느끼고 싶고, 계속 감사하게 느끼고 싶다.


벌써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배우 이봄의 포부가 궁금하다.


제게 포부는 너무 거창한 것 같고, 작은 꿈이 있다면 다정다감하게 시나리오를 만나고 따뜻한 눈으로 캐릭터에 충분히 공감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를 할 때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고 진실 되게 잘 표현하고. 제가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배역들을 잘 만들어 내고, 잘 보내주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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