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잇따른 금리 인상, 무역 분쟁 등으로 경제 펀더멘털이 약한 신흥국들이 잇따라 ‘백기’를 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1998년, 2008년에 신흥국 금융위기가 일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10을 주기로 금융위기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전반에 지난 1998년,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및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베네수엘라에 이어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를 선언한데다 터키마저 재정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통화가치는 연초 대비 각각 50%, 42% 가량 떨어졌다. 이밖에도 브라질, 남아프리아공화국의 통화가치도 2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위기 등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몇몇 신흥국들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가파르게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내수 부진, 고용 쇼크 등으로 잇따라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9%에서 0.2%포인트 낮은 2.7%로 하향 조정했으며, UBS도 3.0%에서 2.9%로 낮춘 데 이어 가장 최근까지 3%를 유지한 노무라도 끝내 2.8%로 전망치를 낮췄다.


이렇듯 대내외적인 상황이 좋지 않자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신흥국 위기가 우리나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은 과거와 달리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며 신흥국 위기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주요 투자은행 관계자는 “터키, 아르헨티나 등의 금융 불안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변경을 유도할 만큼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1998년과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신흥국 위기는 글로벌 경기 하강이 아닌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앞서 발생한 신흥국 금융 위기와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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