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이 4조원대 규모의 철근을 공급하면서 가격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건설용 철근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현대제철?동국제강?한국철강?YK스틸?환영철강?대한제강 등 6개 제강사에 과징금 1194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YK스틸을 제외한 5개사는 검찰에 고발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제철 417억6500만원, 동국제강 302억300만원, 한국철강 175억1900만원, YK스틸 113억2100만원, 환영철강 113억1700만원, 대한제강 73억2500만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6개사는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 사이 총 12차례에 걸쳐 월별 직판향 또는 유통향 물량의 할인폭을 축소?제한하는 방식으로 건설용 철근 판매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 가격의 경우 분기별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기준가격에 각 제강사별로 서로 다른 할인폭을 적용해 실제 판매가가 결정된다. 기준가격은 대표 제강사와 건설사 협의체인 ‘건설회사 자재직 협의회’가 원재료 가격과 시세를 반영해 결정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6개 제강사는 당시 건설 경기의 회복세에도 중국산 철근 수입량이 늘고 철근 생산의 원자재인 고철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국내 철근 값이 회복하지 않자 월별 할인폭 담합을 시도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영업팀장급 회의체를 조직하고 약 20개월 동안 서울 마포구 소재 카페, 식당 등에서 30여 차례 이상 모임을 거쳐 월별 할인폭을 축소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병희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각 사별로 할인폭의 축소 정도는 동일하지 않지만 합의가 있는 달은 전달보다 할인폭이 축소돼 실거래가 형성에 영향을 줬다. 합의가 없던 시기도 이미 합의된 할인폭을 적용된 기간으로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담합을 누가 주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현대제철이 업계 대표로 건자회와 기준가격을 협상하는 관행이 있어 오해 살 수는 있지만 이번 담합 건은 제강사들 간 내부 논의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당초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보였던 한국제강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번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YK스틸은 위법 행위가 다른 업체에 비해 가볍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기 때문에 검찰 고발에는 빠졌다. 법인 외에 대표자나 담합 행위를 모의한 팀장들에 대한 고발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또 한국제강을 포함한 7개사가 2011년~2014년 사이에 기준가격에 대한 묵시적 담합했을 가능성을 두고 조사했지만 입증하지 못했다.


고 국장은 “2011~2014년 기준가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 의심은 했지만 명확한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면서 “판례상 사업자 간 외형상 일치는 보이지만 위법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위원회 측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공정위가 철강업체의 철근 가격 담합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을 때 최대 1조원에 이르는 과징금 폭탄이 예상됐지만, 담합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짧고 가격 담합이 느슨했던 점이 고려돼 과징금이 줄었다.


7개 제강사가 20개월 동안 거둬들인 매출 규모는 8조원가량이며, 이중 담합 행위 건에 대한 매출액은 약 4조원이다.


공정위는 담합기간 동안 제강사들이 올린 매출의 최대 10%까지 매길 수 있지만, 2.985%의 부과율만 매겨 총 1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편, 철강업계는 과징금 부과 자체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담합 행위를 통해 명확하게 가격이 얼마로 형성됐다는 게 아니라 제강사들이 할인폭을 담합했다는 건데 담합이라고 보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합리적으로 의심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검토해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제재에 대한 일종의 판결문이 아직 전달되지 않은 상태”라며 “살펴보고 억울하거나 소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행정소송을 진행할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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