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중국 역시 ‘맞불 전략’을 시사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향후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지금보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을 만나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과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아주 가까운 시기에 시행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도까지 중국에 달려 있다”며 여지를 남기면서도 “또 다른 26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도 준비돼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중국이 또 다시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대미수출액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미국이 중국에게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후 중국도 같은 규모, 같은 관세율로 받아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의 보복조치에 ‘더 큰 보복’으로 맞서겠다며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추가로 매기기로 결정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심지어 당초 10%였던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25%로 상향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향후 관세율이 10%로 결정될지 그 이상으로 결정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무려 4천여개 중국의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충분히 검토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앞으로 수주일 정도는 관세 실행을 보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중국 경제를 파괴하고 그들을 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과의 협상을 지속할 의지를 표명해 일각에서는 연내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에 중국도 두고 보지 않겠다는 눈치다. 중국은 앞서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도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게다가 중국은 장기화될 미·중 무역 전쟁에 대비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세 공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소기업 대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언론매체 <환구시보> 등은 “미국의 관세 정책은 오히려 미국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잘라내 버리고 싶다 해도 미국 역시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에 정작 미국 기업들이 반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전미소매업협회(NRF)를 비롯한 미 재계단체는 USTR 대표에게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미국 경제에 이득이 되기보다는 농민, 가계, 기업, 노동자 등에게 해만 끼치게 될 뿐”이라며 “일방적인 관세 부과는 보복을 부를 뿐 의미 있는 협상이나 양보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세계적인 기업 ‘애플’ 관계자도 “관세가 부과되면 애플워치, 에어팟, 애플펜슬, 홈팟, 맥미니, 어댑터, 충전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더 비싸게 구매할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재계 단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세 부과는 월권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자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소송도 불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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