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미·중 무역전쟁 이후 위안화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미국은 오는 10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에 ‘신(新)플라자합의’를 우려한 중국이 위안화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일 중국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전일(6.8183위안) 대비 0.12% 낮아진 6.826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지난 6월부터 무려 6% 가량 하락한 수치다.


이렇듯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된 이후 계속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으나, 중국인민은행은 트럼프발(發) 관세로 인한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이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고 달러화 가치가 높아질 경우, 미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관세를 부과하는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한 상태다. 실제로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그들의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는 반면 미국 달러화는 금리를 올리면서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미국은 불법적인 환율 조작이나 나쁜 무역 협정 때문에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우리는 위안화 환율이 조작된 것인지 관찰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 문제가 오는 10월 발행되는 환율보고서에서 면밀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중국은 ▲미국 기업 투자시 금융 지원 금지 ▲중국 기업의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중국 환율정책 감시 강화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오는 10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신(新)플라자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플라자합의란 지난 1985년 미국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에게 엔화 평가절상을 요청해 달러 강세 현상을 시정하도록 요구한 합의다.


플라자합의 직전 달러당 234엔을 기록했던 엔화 환율은 점점 떨어져 1년 후인 1986년 180엔을 기록했다. 일본의 대미 수출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만 현재 중국은 당시 일본에 비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향후 중국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중국은 ‘신(新)플라자합의’로 번질 가능성을 의식한 듯 ‘위안화 구하기’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선물환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국유은행이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유은행이 합심해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하락의 속도와 폭을 조절하기 위해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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