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30일(현지시간) 페소화 가치 폭락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에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60%로 1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은 8월30일 부에노스 아이레스 중심가 환전소 앞 모습.

[스페셜경제=정의윤 인턴기자]아르헨티나 증시가 또다시 폭락한 가운데 이 같은 신흥국 금융위기가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신흥국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신흥국 금융위기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기준 아르헨티나 증시를 대표하는 메르발(MERVAL) 지수가 전 거래일에 비해 4.10% 하락한 2만7625.35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메르발지수는 지난달 28일 장중 2만4618.09포인트까지 폭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는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가 아르헨티나 금융당국이 IMF에 구제금융 조기 집행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수년간 공공지출을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난에 처한 상태였다. 이에 물가상승률은 30%에 육박했고, 페소화 가치는 폭락했으며 아르헨티나에 투자됐던 돈은 급속도로 이탈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IMF는 아르헨티나가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했다고 판단하고 6월 구제금융으로 3년간 500억 달러(약 55조6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상황이 급박하다는 이해아래 우선 150억 달러(야 16조 6575억 원)를 지급하고 나머지 350억 달러는 아르헨티나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차차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한 아르헨티나는 IMF에 나머지 350억달러도 빠른 시일 내에 집행해달라고 요구했고, IMF는 다시 이를 받아들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3일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 수출품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고 19개 행정부처 중 절반가량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마크리 대통령은 “우리가 바라는 국가재건을 시작하려면 버는 것보다 덜 써서 재정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통화 하락이 통제 불능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재정 지속성을 보여줘 시장의 신뢰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터키발 금융 불안도 여전하다. 지난달 터키 중앙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3차 관세부과 조기 집행 전망에 따른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 가능성으로 인해 터키 외환시장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 리라화는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듯 하다가 자국 내 금융기관 20곳이 신용등급 강등을 당하면서 재차 급락해 8월 기록했던 달러당 7리라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금융 위기로 촉발된 불안감이 여타 신흥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정 취약 6개국 가운데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브라질과 남아공 환율 절하 폭이 신흥통화지수 하락 폭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아르헨티나와 터키 금융불안이 브라질과 남아공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연구원은 “신용부도스와프(CDS)로 측정한 부도확률 결과도 아르헨티나, 터키 다음으로 브라질이 높다”며 ”신흥국 위기 전이는 환율만 놓고 보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신흥국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이 내놓을 재정적자 축소 등 자구안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흥 위기가 1997년 재림이 아니라면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브라질 대선이 예정된 가운데 여론조사 1위인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아 브라질 정치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며 “8월 말 여론조사 기준 부동층 비중이 가장 높고, 후보 중에서는 보우소나루(극우파)가 1위를 달리고 있어 금융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브라질 헤알화 약세는 심화되고 있고 신흥국 통화도 약세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압력(원화 약세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흥국 금융 불안이 국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신흥국 중 대외건전성이 가장 높아 신흥국 금융 위기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GDP 대비 3%를 상회하는 경상흑자를 2013년 이후 줄곧 유지하고 있다”며 “GDP 대비 총외채 비율(31.3%)이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27.3%)의 하향 안정화라는 점에서도 건전성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끝으로 “물론 우리나라도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급격한 단기외채 축소 및 원화 폭락 사태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과거처럼 은행 부문의 단기외채 급증이 글로벌 신용위험과 맞물리는 국면이 아니라면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한국의 내성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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