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남북·북미 관계가 완화되면서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경협 재개를 꾀하며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서해 산업·물류·교통 벨트, DMZ환경·관광벨트 등 3대 밸트 구축을 통해 한반도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북방경제와의 연계를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미의 긴장감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6월 12일 북미 싱가포르 선언 등이 나오면서 해빙무드로 전환됐고, 이에 따른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 역시 한껏 고조된 상태다.


더욱이 지난 4월 20일 북한이 경제 건설에 집중하는 노선을 채택한다고 밝히면서 재계에서는 10년 전부터 정체된 데 이어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완전히 얼어붙은 남북 경제협력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경협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중견·중소기업, 특히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의 경우 남북 대화를 시작으로 개성공단의 재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후 남북 경제협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섬유패션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등 새로운 돌파구 확보를 위해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 굴지의 패션기업 두 곳을 비롯해 중소·중견 패션기업들은 ‘新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패션의류업계 대응 포럼’을 개최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북 패션산업 격차↑


현재 국내 패션산업은 수년 간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태다. 지난 2011년 12%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패션 시장의 주축인 남성복과 여성복이 부진에 빠지면서 수년 째 정체기를 지속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패션봉제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북한과 남한의 패션산업 격차는 크다.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86개의 섬유기업과 251개 봉제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봉제 단지는 평양·신의주·개성·함흥·원산 등에 있다.


하지만 섬유기업은 한국의 1970년대 기술 수준이며, 봉제 기업은 1980~1990년대 수준으로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에 국내 패션기업들은 ‘남북경제협력 테스크포스’를 구축하고 북한 기존 공장의 현대화를 구축하고 북한 기술자에게 봉제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 강구하고 있다.


‘남북 태스크포스’ 구축


지난 5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남북경협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수년간 정체된 패션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7월에는 패션의류산업 남북경협추진의원회와 한국패션산업 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한 ‘新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패션의류업계 대응 포럼’이 개최됐다.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시장현황과 패션업계대북진출전략’을 통해 “패션업계가 대북진출을 고려할 때는 북한을 생산기지 또는 시장으로 보는 관점 외에 동북아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랜드브릿지로 보는 확대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창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본부장은 “남북교역의 기회요인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남북협업 시나리오 구상이 필요하다”며 “남한기업 측의 수요조사와 북한 봉제현황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북한지역 거점별 패션테크 지원 시스템 구축 등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신원-형지’ 국내 패션기업이 바라보는… ‘남북경협’ 실효성


‘新남북경협’ 최대 수혜 ‘패션봉제산업’… “南·北 윈윈전략”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 ‘북한 진출 1호 기업’ 포부


한국의류산업협회장인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지난 6월 24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패션그룹 형지가 ‘북한진출 1호 기업’이 돼 평양, 남포에서 옷을 생산하고 이를 중국·동남아시아·유럽 등에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최 회장은 “섬유 분야의 경우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포, 평양, 신의주 등지에 봉제 숙련공이 아주 많다”며 “이들과 협업해 값싸고 품질 좋은 옷을 생산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해외 곳곳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북한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배트남의 4분의 1 수준인데 반해 숙련도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장인들 못지않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더욱이 개성공단의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오 회장은 “한국의 기술력과 원단, 북한의 노동력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중국과 합작법인을 세워 북한산 의류를 세계에 수출하는 방법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신원그룹, “개성공단 재개되면 당연히 입주할 것”


신원그룹 역시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당연히 입주한다는 계획이다.


신원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원은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이었다”며 “10년간 개성공단에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가 결정된다면 적극적으로 입주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성공단 입주에 앞서 제도적인 가이드라인이 준비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개성공단 완전폐쇄 등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준비돼야 기업들이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 당장 개성공단 입주를 위한 전담 팀을 구성하진 않았다”면서도 “개성공단 입주 당시 법인장을 비롯해 실무진이 현재도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면 전담 팀을 꾸리는 것은 크게 무리가 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07년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에 대해 “북미관계가 개선될 경우 세계 최대 공단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바 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는 대표적인 접점구역이다.


박 회장은 “언어가 잘 통하고 노동의 질이 높기 때문에 기술 이전이 굉장히 빠르다”며 “개성공단까지 한 시간 남짓 걸리기 때문에 국내에서 움직이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경협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비핵화·대북제재 선행돼야”…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비핵화·대북제재 해제… 선결과제 남아있어


이처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등이 선결돼야 한다.


특히 미국 국무부는 남북관계 발전은 반드시 비핵화 발전과 발맞추어야 한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남북경협은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가 해제되면서 남·북·미 관계 개선이 선제될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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