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국내 정유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석유화학업계와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정유사들이 잇달아 원유정제 부산물인 나프타(납사)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를 만드는 설비인 ‘나프타 크래커(NCC, Naphtha Cracking Center)’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2일 연간 150t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짓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설비다.


이와 더불어 에쓰오일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NCC를 운영해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비(非)정유사업에서만 2조705억원을 벌어들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66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 1조5632억원 중 42.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난 5월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시설은 현대요일뱅크 대산공장 내 부지에 건설된다.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HPC는 나프타를 사용하는 기존 NCC 대비 원가를 개선한 설비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사업다각화를 통한 종합에너지기업 비전을 달성하는 데 역사적인 획을 그을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S칼텍스도 여수에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를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MFC, Mixed Feed Cracker)을 짓고 있다.


약 2조원을 투자해 2022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 설비로 연간 4000억원 이상 추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형국 GS칼텍스 사장은 “MFC 시설과 기존 생산설비와의 효율적 연계 운영을 통한 경쟁력 확보로 균형 잡힌 미래성장을 이끌어 안정적인 국가 에너지 수급 및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비(非)정유사업, 특히 석유화학사업에 전사적인 투자를 집중하는 까닭은 정유업계 특유의 경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정유사업은 국제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기자동차나 수소전기차 등 차세대연료 자동차 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연료용 석유제품 판매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도 정유업체들이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하는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자 석유화학업체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간 정유업계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아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했던 석유화학업체들은 이제는 정유업계와 경쟁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에너지경제가 인용 보도한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정유업계가 올해 석유화학으로 사업다각화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금액만 10조원이 넘는다”며 “정유사들이 직접 석유화학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 당장 이들에게서 공급받는 납사(나프타) 수급문제와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고 한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이 화두인 만큼 정유업계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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