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신흥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휘청이고 있다. 이 가운데 위기에 처한 신흥국들이 내정 간섭이 심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보다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중국과 신흥국 간의 경제 동맹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대신 중국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중국의 자금지원 방침이 내정불간섭에 기초하기 때문에 신흥국 입장에선 (IMF보다) 우호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동맹국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 국가로는 먼저 터키가 있다. 터키는 ‘미국 목사 체포 사건’으로 미국과 갈등이 불거지면서 연초 대비 40% 이상 폭락한 리라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상회하는 외화부채 탓에 경제가 절벽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것이 터키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정작 터키는 이를 거부하고 중국에게 구제 금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공상은행(ICBC)이 터키에 36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대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행(BOC)의 터키 자회사도 연말까지 터키 정부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터키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신흥국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해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파키스탄도 올해에만 중국으로부터 50억 달러(5조 5975억원) 가량을 대출 받았으며,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진통을 앓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중국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자 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국가가 회복되길 원하지만 여기에 IMF의 영향력이나 잘못된 처방은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흥국이 중국의 자본을 차입할 경우 오히려 경제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18억원 가량을 대출 받았으나 이를 상환하지 못해 지난해 중국 국영기업에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넘긴 바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한번에 수천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투자자 신뢰 회복을 불러오는 구조개혁까지 요구할 수 있는 IMF를 대체할 순 없다”고 보도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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