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터키 경제가 급격히 절벽에 내몰리면서 신흥국 전반에 ‘터키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대비 40% 이상 폭락한 리라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상회하는 외화부채 탓에 터키가 외환위기를 앞두고 있다고 진단하며, 터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터키는 IMF의 지나친 개입을 우려해 IMF 구제 금융 신청을 제외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터키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것뿐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데스먼드 라흐만 미국기업연구소(AEI) 박사는 “터키는 이제 IMF에 전화를 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고, <가디언> 역시 “터키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라며 “결국 아르헨티나처럼 IMF가 터키에게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키의 ‘몰락’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부터 7%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외화부채’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양적완화정책을 펼치는 동안 터키는 이를 활용해 저금리로 차입한 후 민간소비, 기업 설비투자 등을 높여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것이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터키가 보유한 외화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53%를 상회하는 수준이며, 독일 도이체방크는 70%까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터키 중앙은행이 제때 금리인상을 하지 않은 탓에 터키 리라화는 올해 초 대비 무려 40% 폭락했다. <로이터통신>은 “터키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내년까지 2000억 달러(약 227조원)를 빌려야 한다”며 “리라화 가치 하랏 탓에 터키가 갚아야 할 빚 규모는 늘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터키는 외환위기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외화보유고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리처드 브릭스 크레딧사이트 애널리스트는 “터키의 외환보유고는 1810억달러에 이르는 단기외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특히 외환보유고 상당규모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고객들이 인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터키는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지 않는 방법을 강구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IMF 대변인은 “터키로부터 금융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고, 터키가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도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르스텐 헤세 베렌부르크 이코노미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IMF 긴급 구제를 피하기 위해 뭐든지 할 것"이라며 "(IMF의 긴축정책에 응하는 건) 그에게 있어 막대한 정치적 손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IMF에게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것은) 정치적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터키는 외환위기를 겪어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으나 IMF의 요청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 긴축정책 등을 감행해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다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IMF 최대 출자국은 현재 터키가 급격히 몰락한 원인이자 갈등의 중심지인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미국이 터키 지원에 동의할지 불투명하다”면서도 “터키를 통제하기 위해 지원에 동의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경우 미국은 터키에 정책 폐기와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터키가 IMF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기 전까지는 신흥시장에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터키의 대외부채는 외환보유고의 350%에 이르는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단기 외채 비중도 높아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자구적인 해결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국의 트럼프 간 갈등이 봉합될 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또한 “리라화 가치 급락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터키 금융시장을 힘들게 하는 변수”라며 “정치적 혼란, 인플레이션, 경상적자 그리고 높은 대외부채는 신흥국의 불안을 표현하는 공통분모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터키의 금융 불안이 유럽 전반에 확산될 것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터키의 대외 부채와 스페인 은행의 익스포져 등이 걸림돌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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