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최근 미국의 ‘폭주’에 전 세계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무역 전쟁 상대국인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터키, 이란 등 신흥국이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무릎을 꿇으며 ‘신흥국 위기설’이 재차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공세에 힘을 못 쓰는 이유는 한동안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시중에 공급된 달러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경제 전반에 달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높인다고 경고하자 이날 터키 리라화는 달러 대비 17%까지 떨어지면서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하기 이전에도 터키는 재정위기 조짐을 보여 왔다. 지난 상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영향으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데 이어 심지어 지난달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15.85%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게다가 터키는 외화표시 부채의 비중이 높아 리라화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요즘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과 터키의 갈등의 원인인 미국인 목사 앤드루 크레이그 브런슨 체포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향후 양국 간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터키 리스크’ 역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역시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이 1차 경제제재를 재개한 바람에 절벽에 내몰린 상황이다.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하면서부터 폭락하기 시작한 이란 리알화는 현재 연초에 비해 150% 가량 떨어진 상태다.


2016년 4분기 16.8%를 기록한 경제성장률도 지난 1분기 2.7%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11월부터 원유 수출까지 제한될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란은 이미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대폭 하락시켜 14년만에 최저치 수준이다.


러시아도 위태롭다. 지난 8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에서 생화학무기를 이용해 전직 이중간첩을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러시아에게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 직후 러시아 루블화는 3.3% 급락했으며, 연초에 비해서는 16% 하락했다. 이와 관련 JP모건은 “러시아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고, 루블화 가치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러시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중국 역시 빼놓을 수 없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홈페이지를 통해 “160억 달러(약 17조9천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컨퍼런스콜을 통해 2천억 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당초 부과하기로 했던 10%의 관세를 25%로 인상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것으로 보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 경제전문가 쉬이미아오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과 터키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터키가 미국의 대이란제재에 맞서 이란 편을 들기로 한 것이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터키 정부와 국민이 미국의 제재와 외부의 압박에 잘 대응하리라 기대한다”며 “누구도 협박으로 다른 나라의 의지를 흔들 수 없기에 터키는 반드시 그렇게 해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파티흐 된메즈 터키 에너지장관 역시 “국민을 어둠 속에서 추위에 떨게 할 수는 없으므로 이란에서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할 것”이라며 “이란산 천연가스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미 최저수준에 도달했으나 미국 경제,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를 더 줄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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