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올해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취약해진 터키 경제가 미국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절벽에 내몰렸다. 심지어 부채를 갚을 수 없는 국가 부도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과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 세계가 ‘터키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터키의 금융위기가 여타 신흥국, 유럽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위기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우리 기관들은 월요일(13일) 아침부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비책과 행동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은행과 금융당국을 통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바이라크 장관은 터키 정부가 자본 통제, 외화 예금 계좌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소문을 부인했으나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 지출을 통제하는 재정 규칙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알라바이크 장관의 발언은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높인다고 경고한 뒤 터키 리라화가 달러 대비 17%까지 떨어지는 등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이전부터 불안했던 터키의 경제 상황은 현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터키의 재정 불안이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앞서 지난 상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영향으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상태였다. 심지어 지난달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15.85%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통화 가치 폭락과 물가상승률 폭등을 막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부자를 더 부유하게 하는 착취 수단이기 때문에 최소한도로 유지돼야 한다”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의 추가 관세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10일 리라화 가치는 올해초에 비해 무려 70% 가량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터키는 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에 해당한다. 터키 관영 <아나돌로통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4천666억7천만 달러로, 터키 국내총생산(GDP) 대비 53% 수준이다. 이중 대략 25%는 올해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 부채에 해당한다.


또한 터키의 경우 외화표시 부채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리라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더 커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지금도 터키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마켓워치>는 “터키의 막대한 부채를 고려하면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터키 경제가 절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렇듯 터키 경제가 절벽으로 내몰리자 터키 내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터키 리스크’가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터키와의 무역 규모가 약 1천8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하는 유럽의 경우 ‘터키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증시가 하락하고 있다. 특히 터키에 대출을 많이 해준 BBVA, 우니크레디트, BNP파리바 등 유럽 은행들은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등의 가치도 하락하면서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한편 미국과 터키의 갈등이 심화된 원인은 터키 정부의 미국인 목사 앤드루 크레이그 브런슨 체포 사건이다.


지난 1993년부터 목회 활동을 이어오던 브런슨 목사는 2016년 10월 체포돼 현재 터키 내에서 가택연금 및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은 계속해서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청했으나 터키 정부는 매번 이를 거절해왔다.


터키는 실패한 쿠테타에 대한 보복이 강한 국가이기 때문에 반정부 세력을 도운 브런슨 목사를 쉽게 석방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터키 정부의 불공정한 구금의 희생자일 뿐이다”라며 브런슨 목사의 체포에 항의하기 위해 터키 법무·내무장관의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하는 등 경제 제재까지 한 상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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