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현대오일뱅크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정유?화학업계 중 처음으로 정기보수를 실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제1공장(원유 정제 처리시설 및 중질유 분해시설 등)이 정기보수를 위해 10일부터 생산을 중단한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정유?화학업계는 매년 또는 2~3년 주기로 가동 설비를 정기보수한다. 이 기간에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유?화학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정기보수 기간에 투입되는 인력들이 주당 80~90시간 수준으로 근무했다”며 “통산 정기보수 기간은 2개월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정유?화학업계 중 처음으로 정기보수에 나서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우선 사전작업, 교대제 개편, 인력 추가 등을 동원해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며 기간 내 정기보수를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숙련된 근로자들을 동원해 사전 계획과 기초 작업을 완료한 뒤 기존 2조2교대로 투입되던 근로자들을 3조3교대로 투입, 정기보수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기보수 기간 동안 외주업체 직원들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3조3교대 투입과 외주업체 직원들을 추가로 투입해 정기보수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정기보수는 총 31일간 진행될 예정이며, 생산 재계 예정일은 다음달 10일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산출한 1공장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3조9천318억원으로 정기보수 기간 발생하는 매출액 감소는 약 1개월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교대 근무와 외주 인력 투입은 운용에 어려움이 있어 계획된 기간 내 정기보수를 끝내지 못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가 차질없이 정기보수를 끝마칠 경우 정기보수를 앞둔 다른 기업들도 현대오일뱅크를 롤모델로 정기보수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정기보수가 제때 끝내지 못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다른 업체도 대응방안을 달리 할 수 있다.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현대오일뱅크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유?화학업계는 현행 3개월인 탄력 근로시간제 적용 기준을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를 1년 단위로 늘리면 보수기간 중에는 집중 근로를 실시하고, 보수 기간이 아닌 시기에 휴식 시간을 늘릴 수 있게 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행 탄력근로제는 노사 합의에 따라 3개월 동안 특정주 근로시간을 52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데 이를 1년으로 확대해야 실효성이 있다”며 “현행 제도를 적용할 경우 정기보수 기간이 늘어나 매출 손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해 업체 입장에서는 정기 보수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업종별 특성에 맞춰 탄력근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화학업계에서는 정기보수를 자연재해 및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인 ‘특별 연장근로 인가’에 포함하는 것도 제안한 바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이런 요구사항을 지난 5월 정부에 전달했고,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지난달 3일 ‘노동시간 단축 동향점검 회의’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실태조사를 통해 업계 애로사항을 파악한 후 현행 제도상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될 시 개선방안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10월 정기보수를 앞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등이 하반기 정기보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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