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 전 세계가 ‘아우성’치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측은 정작 미국 소비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부과 대상에 소비재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가 촉발한 무역 전쟁 탓에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며 경기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전망이 나돌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가장 먼저 불만을 터뜨린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앞서 지난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부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첨산 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 대상을 정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같은 규모, 같은 관세율로 보복관세 조치를 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했던 대로 기존 관세 부과 규모의 4배에 해당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선언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2000억 달러 규모의 2차 관세 부과 대상 6031품목에는 소비재가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분별한 무역 전쟁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정작 미국 소비자가 된 것이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차 관세 부과 대상에는 비누, 소금, 해산물, 화장품, 향수, 바닥재, 해머, 냉장고, 진공청소기, 수건 등 소비자들이 흔히 쓰는 소비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생활물가가 치솟을 것이고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로 인해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대규모 감세 및 평균 임금 상승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꺾이고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생산자 물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생산자 물가는 3.4%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생산자 물가는 통상 소비자 물가 상승을 야기한다. 여기에 무역 전쟁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될 경우,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미국이 촉발한 무역 전쟁으로 미국 내 소비자들이 ‘아우성’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좀처럼 무역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중국 역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적 대응이 불가능하자 ‘절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질적 대응’으로 크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희토류’와 ‘할리우드 영화’로 알려졌다.


희토류는 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등 현대 사회에서 첨단 제조업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 가운데 무려 78%가 중국산에 해당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풀기 위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2차 관세 대상에 포함시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제조업에 미칠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러낼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미국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거나 가격을 높일 경우 미국 내 기업들의 타격이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할리 데이비슨, BMW 등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미국을 떠나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영화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쟁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중국 영화 시장 규모는 202억 위안(약 3조4000억원)으로, 28억90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를 달성한 북미 영화 시장보다 약 2000억원 앞선 것이다.


미국의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영향력이 할리우드에서 점점 강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중국의 영화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다면 영화 산업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 정부의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이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언제 멈출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철강 산업과 같은 특정 미국 산업을 웃게 만들 수도 있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도 몇 개의 이빨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해 절정으로 치닿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을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 대해 시드니대학 스티븐 커크너 교수는 "1930년 대공황 당시와 비슷한 형태의 무역 전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며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돌파구 마련이 요원해졌다"고 진단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