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지난 6일 미국과 중국이 500억 달러의 상대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예고했던 대로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근거로 무역적자 축소를 들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무역 전쟁’이 아니라 기존 패권국가가 신흥 강대국을 견제하기 위한 ‘패권 전쟁’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종식되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결국 미국과 중국이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에 대해 세계 모든 국가들이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점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지난 6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확정한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 818개 품목에 대한 25% 관세부과 조치를 발효했다. 이어 나머지 160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340억 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선 2주 이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고율 관세 강행 의지를 확고히 했다.


미국의 관세부과가 발효된 직후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세계무역 규정을 위반했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며 “이런 관세부과는 무역폭압주의”라는 입장을 밝히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핵심 이익과 국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해, 중국 역시 사전에 경고한 대로 미국의 관세 부과 규모와 같은 340억 달러의 미국산 수입품 545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심화되면서 이로 인한 두 국가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무역 전쟁의 타겟으로 ‘팜벨트’(농업지대)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겨냥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카운티 가운데 약 20%, 총 800만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도했다. 중부 대초원 지대의 대두(콩), 다코타·텍사스주의 석유, 어퍼 미드웨스트의 자동차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500억 달러 규모의 고율 관세 부과 시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일자리 14만 5000개가 사라질 수 있고 미 국내총생산(GDP)은 내년 말까지 0.34%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미 무역 전쟁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무역 갈등 영향으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실물 경기가 악화되면서 중국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회사채 디폴트는 지난달말 165억 위안(약 2조75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2016년 207억 위안(약 3조4600억원)의 80%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시 주석에게 미·중 무역전쟁은 (시 주석에게) 가장 큰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천다오인 상하이 정법대 교수 역시 “미중 무역 갈등이 중국의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양국의 물가가 모두 올라 결국 양국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세계 경제는 물론 정작 미국과 중국에게마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대공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와의 연대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무역기구(WTO) 시장규칙과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제창하며 유럽연합(EU), 러시아, 인도 등과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한국도 포함된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중국과 동유럽(CEEC) 16개국 모임인 ‘16+1’에 참석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7일 “무역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중국 시장의 개방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수입품의 통관작업이 늦춰지면서 중국이 비관세 보복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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