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기준 미국 재무부 발행 채권의 8%에 달하는 1조1819억 달러(약 1326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무역 흑자 관리, 위안화 환율 절상 방지 등을 위한 목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미국 국채를 매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채는 모기지론, 기업대출, 소비자신용 등 금융상품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해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경우 채권 금리 상승이 동반되면서 미국 경제 전반의 비용 상승을 야기해 결국 미국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매각할 경우 미국의 재정 상황을 0.1%p 악화시키고 이는 캐나다 등 미국의 인접 국가들에게 경제적 여파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할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이는 중국에게도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TD증권의 마크 매코믹은 “중국의 대규모 미국 국채 매도는 미국과 중국 모두를 파멸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는 것보다 환율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가치를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달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3.3%라는 큰 하락폭을 보였으며, 심지어 최근 일주일 사이에 무려 1.9%나 떨어졌다. 3.3%는 지난 1994년 중국이 외환시장을 개설한 이후 사상 최대의 낙폭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에는 유리하게, 수입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함으로써 무역 갈등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 역시 “시뮬레이션 결과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내릴 경우 중국 경제 성장에 0.4%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미 국채를 매각하는 것보다 위안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상무부가 미 국채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외환정책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