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신북방+신경제-러, 신동방-중, 일대일로 ‘연계’?…北 개방 ‘촉진제’될 듯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남북이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실천 대책 5개항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 공동체’와 신북방정책의 일환인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북한은 중국과 3개 노선, 러시아와 1개 노선이 연결돼 있어 남북이 철도를 연결하게 되면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TSR)·중국 횡단철도(TCR)·만주 횡단철도(TMR)·몽골 횡단철도(TMGR) 등 4개의 대륙횡단철도를 통해 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맞물려 문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망(TSR)과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연결 관련 공동연구 및 교류협력을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실크로드 익스프로스 구상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물류?에너지?특구 개발 등 남북한과 러시아?중국 등 주변국이 참여하는 초국경 협력 사업이 가능해져서 대륙과의 연결성 강화를 통해 북방경제협력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유럽철도망이 교통망 역할을 넘어 유럽 경제·사회·문화를 통합해 EU 결성을 앞당겼듯이, 현재 진행 중인 남북 간 철도 연결은 한반도에 실질적 협력의 인프라를 마련해주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촉진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러한 장밋빛 전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남북 철도 구축에 따른 경제효과와 비용, 그리고 남북 철도 연결로 열리는 ‘철의 실크로드’가 동북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남북철도, ‘범 유라시아 물류 대동맥’ 시대 여나

중·러 철도 모두 이용…유통의 새 시대 수혜자는


남북, 철도 연결 시동 걸어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선행 사업으로서 북측구간(금강산-두만강, 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남북은 내달 24일에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 이어서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점검을 진행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역사주변 공사와 신호·통신 개설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설계, 공사방법 등 실무적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그 결과에 따라 착공식은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했다.


경의선, ‘한반도 신경제지도+일대일로’ 시너지 극대화 노린다



남북이 경의선 철도를 먼저 공동 점검하는 데에는 해당 구간이 끊어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2004년 서울∼신의주 구간이 연결돼 2007∼2008년 1년간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여년 방치한 상태라 유지·보수 문제로 시설 개량 등 현대화 사업만 할 경우 곧바로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의선 구간은 평양~베이징 국제노선이 갖춰져 있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중국 방문 때만 해도 특별열차를 타고 간 바 있다. 이에 서울~평양 구간만 연결하게 되면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지난 19일 열렸던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신의주~개성 간 철도?도로 개보수를 제안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의선 구간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연계될 가능성도 높다.


일대일로는 중국 본토와 동남아 11개국, 중앙아시아 및 남아시아 14개국, 중동?아프리카 15개국, 유럽 24개국 등 총 65개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2017년 ‘중국 일대일로의 기회와 시사점’ 보고서에는 일대일로 지역 중 아시아 지역은 인프라 개발 수요가 연간 GDP 대비 5% 이상에 달하는 등 향후 전기?교통 등 분야에서 국가 간 협력 확대 가능성을 예상했다.


해당 보고서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동에 편중된 해외건설수주를 아시아와 동유럽 등으로 다각화할 수 있고 산업설비?토목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대일로 사업 기회를 적극 활용, 중장기적으로 해외건설 실적 개선 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에 대해 지난 19일 국회 통합과 상생포럼과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공동주최한 ‘남북교통인프라 연결을 위한 긴급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경의선이 연결되면 소위 연성국가 중 최대무역국이란 의미가 크다고 해서, 북방경협위가 회담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중국과 러시아, 대한민국이 함께 협력하고 북한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한국의 ‘신북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접목시켜 우리 정부가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CJ대한통운, ‘철의 실크로드’ 앞당겨…대륙물류 개척



CJ대한통운는 이미 해당 구간을 이용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복합운송 서비스 ‘유라시아 브릿지 서비스(EURASIA BRIDGE SERVICE·EABS)’를 출시한다고 지난 5월 1일 밝혔다.


중국횡단철도(TCR)를 이용하는 CJ대한통운은 1단계로 중국 청두역과 폴란드 로즈(Lodz)역, 독일 뉘른베르크(Nuremberg)역, 네덜란드 틸버그(Tilburg)역을 연결하는 경로를 운영하다 지난 6월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등 8개성 3개 직할시 총 22개 역에서 독일 베를린·네덜란드 암스테르담·스페인 마드리드·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과 독립국가연합 14개국 30개역으로까지 사업지역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럽과 중국·독립국가 연합 대부분 지역에 철도와 트럭을 통한 복합화물운송이 가능해졌으며 중국향 52개·유럽향 74개의 노선을 운영한다.


중국횡단철도를 이용한 유럽·아시아 간 화물운송은 항공운송 대비 비용이 5분의 1 수준이며 소요시간은 해상운송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다.


동해선, ‘범 유라시아 물류 대동맥’ 시대 열듯



동해선은 부산~북한~러시아~유럽까지 통하는 노선이다.


만약 남북이 동해선을 연결하게 될 경우 동해선 북측이 추진하는 ‘원산 국제관광특구’와 철도 노선 내에 위치한 ‘원산?함흥?김책?청진 공업지구’ 및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통과하게 된다.


북한의 나진·선봉특구는 1991년 설치 한 이후 1998년까지 중국?홍콩?일본 등으로부터 8억 달러의 투자계약이 이루어졌지만, 문화와 문물을 차단하는 모기장식 개방과 특정 산업분야를 특화하지 못하면서 실패하게 됐다.


하지만 세종연구소가 발행하는 ‘정세와 정책’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나희승 책임연구원이 기고한 ‘남북철도, 시험운행을 넘어 시베리아로’ 제하의 글에서는 나진-선봉경제 특구를 KR-TSR연결 시범사업의 거점이며, 남북·러시아·중국·일본의 화물중계기지로서 사통팔달의 탁월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계무역 및 물류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소개했다.


더욱이 강원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노선은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통하는 최적의 물류노선으로 꼽히며 TSR∼TKR 연결 노선 중 화물의 환적 횟수와 통관절차가 적어 가장 경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김재진 강원연구원 공간창조연구부 연구위원은 지난 3월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행을 위한 동해선 철도 복원 토론회에서 철도 건설로 10조8555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조3920억 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 8만9063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부산~로테르담 노선을 철도로 수송하면 해상운송보다 23일 단축하고 비용은 절반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초 이같은 효과를 눈여겨본 현대모비스는 2015년 10월부터 러시아에 자동차 보수용 순정부품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하고 있다.


기존 부산항~인도양~지중해~대서양~발트해로 가는 남방 해상 항로를 이용하면 50여일이 소요됐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게 될 경우 공급기간이 20여일 단축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기존 해상운송으로 한국?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자재를 동유럽까지 운반하는데 35일이 소요되던 것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할 경우 18일로 절반가량 단축하면서 물류비 절감 효과를 얻게됐다.


이에 따라 남북 철도망은 대륙을 연결하는 거대 물류 시장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점은 생각 외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러시아 철도 당국은 “3~5년 이내에 건설할 수 있으며 어쩌면 더 빨리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최대 40억 달러(약 4조 5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지난 2000년대 연구자료로 이같이 추정한 것이지만 2000년 이후로도 북한의 토지·인건비 등이 거의 그대로라 현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러시아 철도공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뒤 ‘한러 철도공사 간 협력 MOU’에 서명하고 철도 및 물류분야 사업 공동개발, 남북러 3자 프로젝트에 대비한 연구, 해외 시장 및 제3국에서의 협력 추진 등에 합의하면서 남북러 경협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여건을 만들어 나갔다.


나아가 남북철도가 중국, 러시아, 유럽과 연계 운행되기 위해서는 국제 승객·화물 운송협정을 관장하는 국제철도협력기구에도 가입해야 하는데 이미 우리 정부는 북한의 찬성표를 얻어 지난달 7일 국제철도협력기구(OSJDㆍ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OSJD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 운영국 협의체로, 구소련과 동구권 국가 사이 국제철도협약을 맺기 위해 1956년 결성된 기구다. 현재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28개국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해당 기구에 가입하게 되면 철도 노선이 지나는 회원국과 개별 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운송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매년 OSJD 가입을 추진해 왔지만, 정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는 원칙 때문에 정회원인 북한의 반대로 매번 무산됐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남북 철도와 유라시아 철도망의 연계를 위한 국제적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 나가면서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향후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로 이동하는 육로가 열리게 되면 범 유라시아 물류 대동맥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만만찮은 철도 연결 비용은 ‘걸림돌’ 대두

北, 확실한 비핵화 조취시 뻗어나갈 철도길


걸림돌, 수조원 개발비용+北 비핵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북한의 열악한 교통시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북한 철도는 전기 부족과 방치로 인한 심각한 노후화에 의해 평균속도 시속 40km 미만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뿐 아니라 우리는 철도에 사용하는 전력을 교류 교류 2만5000V이지만 북한은 3000V를 쓰고 있다. 통신과 신호가 전부 달라 남북한 간 시스템 통합은 선결과제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심재철 유라시아철도추진위원장이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북한 철도 현대화 시나리오별 수송수요 및 사업비 자료’에 따르면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해 북한의 철도 시설 개량 등에 수반되는 비용을 추정한 결과 경의선은 9064억원, 교량과 터널이 많은 동해선의 경우 1조7006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이 발표한 ‘북한경제리뷰’ 보고서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협정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 철도 실태조사를 벌여 산정한 건설단가를 기준에 따라 약 4조54억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같은 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는 북한 철도 외 도로?통신 등 인프라 구출에 20년 간 1400억 달러 한화 약 151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았다. 이 중 철도 개발 비용은 대략 773억달러(약 86조원)로 추산했다.


특히나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고속열차 전용 노선을 새로 건설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이럴 경우 중앙시사매거진은 국내 고속철도 건설에 ㎞당 약 500억원이 든다고 봤을 때 고속철도를 놓는데 최소 21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사업은 유엔 대북 제재로 인해 당장 착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는 대북 투자 및 합작 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물론 안보리 사전 승인을 얻은 경우를 전제로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에 한해서는 예외로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7일 “만약 북한이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활동을 동결하면, 유엔 안보리 쪽에서 훨씬 더 화해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때문에 관건은 역시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다.


미국은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도 한미 간 전략적 공조 속에 유엔 결의안과 함께 이같은 미국의 대북제재도 준수할 것으로 보이기에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선언이나 핵폐기 검증 등에 나서는 등의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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