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9일 조선중앙TV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새로 개건된 평양화장품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남북 경협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 업계 역시 북한 화장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북한 화장품 시장 규모는 7,200만 달러로 한국의 0.6% 수준이다.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용기를 중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는 실정이라 화장품 가격은 비싼 편이다.


이러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라네즈 등 한국산 화장품은 북한의 고위층 여성들 사이에서 각광받으면서 ‘장마당’을 통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한국산 기초 화장품은 북한 화폐기준 18만원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북한산 최고급 화장품인 ‘은하수’의 가격이 13만원 선이며 북한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4,000원인 것을 감안할 때 한국산 화장품 가격은 상당히 고가에 속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의원장의 아내 리설주 여사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됐던 바 있다.


북한의 화장품 산업 성장 정책


2013년 북한의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종합편의시설인 ‘해당회관’을 둘러보는 가운데 화장품 판매장에서 아모레퍼시픽 ‘라네즈’와 수입 브랜드인 랑콤, 로레알 등이 포착된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3년 여 전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해 북한 화장품의 품질을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견줄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북한은 김일성 국무위원장이 집권할 당시부터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다. 1949년 신의주화장품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1957년에는 평양화장품 공장을 구축했으며, 1957년 ‘생활필수품 증산대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화장품의 합성향료와 향료 연구를 비롯해 품종과 수량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이후 김정일 국무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경공업 발전과 화장품 육성정책을 이어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샤넬, 랑콤, 크리스챤 디올 등 유명 해외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북한산 화장품의 품질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색조 제품의 문제점을 개선할 시 공장 임금 인상을 제안하는 등 제품 생산과 판매에 자본주의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북한 화장품의 현주소


그러나 현재 북한 화장품의 수준은 우리나라의 1970~8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가 2016년 6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북한 화장품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화장품의 보존기간은 최대 2년이었으며, 방부제는 파라벤 계열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지에 기재된 성분표기는 함유량과 관계없이 나열됐으며 해당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표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제품 용기는 뚜껑과 용기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거나 스프레이, 펌프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낙후된 조형 기술로 인해 북한이 재료와 용기를 모두 자체적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용기와 재료 등은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 화장품 시장, ODM업체의 선행 진출 가능성 높아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화장품 업계가 진출할 경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의 브랜드 업체보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ODM업체(제조자개발생산)와 더불어 부자재 업체들이 먼저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장품은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여성 정책을 추진하는 데 사용하는 중요한 홍보수단”이라며 “한국산 화장품의 수입의 공개적 허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업체가 북한에 진출할 경우 ODM 업체가 선행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ODM업체의 한국 화장품의 선진 기술을 통해 북한 화장품의 품질 개선과 더불어 북한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통해 고용 개선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산 화장품의 용기가 조악하게 제작되고 있기 때문에 연우와 같은 부자재 업체의 진출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 브랜드 업체 가운데 북한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인 故서성환 선대 회장은 황해도 평산 출신으로 북한 지원사업에 적극적이었으며 평산에 생활용품 공장 건설이 꿈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아울러 서경배 현 회장 역시 북한에 다양한 지원 활동을 전개하면서 북한 수교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까닭이다.
다만 지난 2016 개성공단 폐쇄 등 정치?외교적 위험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북한 시장은 잠재 가능성이 높은 곳이지만 정치?외교적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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