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장순휘 정치학박사]‘세기의 핵담판’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6.12 미·북 정상회담’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휴양지인 센토사 섬 내 샹그릴라호텔가 유력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는 샹그릴라호텔을 10~14일 기간 중 특별행사지역으로 지정했다. 14일까지 지정한 것은 남북한과 미국이 모여 종전선언을 하게 될 3자 확대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예상된다. 미북 정상회담은 최대 현안인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으로 연계된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 미북 간 외교정상화, 핵폐기에 따른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문제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1일 북한 김영철은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은의 편지를 전달하였다. 친서의 내용은 알 수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를 받은 후 “종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빅딜(Big Deal)은 12일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점에서 한반도의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빅딜’의 사전적 의미는 “대기업 간의 주요사업 맞교환을 일컬음”인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정치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은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 하는 빅딜거래의 이해당사국인 한국에 있어서는 초미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김영철과의 회담을 마치고, 6.12 미북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했고, 종전선언에 관하여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줄테니 ‘종전선언’을 통한 미국의 적대정책을 끝내달라는 요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체제보장’이라는 통 큰 거래를 요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의 답신이 주목된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것(정상회담)은 시작이며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프로세스(process)가 될 것”이라도 했다.


물론 정상회담 한 번으로 모든 외교현안이 다 풀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기 때문에 정례화에는 문제가 없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래로 65년만에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전쟁의 위협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한반도에 커다란 선물로 평가될 수도 있으나 단순한 선언만으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가 온다는 생각은 금물(禁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합의사항들이 “천천히” 이행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단어의 의미는 이행속도를 늦춘다는 뜻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뜻으로 일괄타결을 주장하던 미국의 CVID 비핵화요구가 후퇴된 개연성이 있다. 북한으로부터 비핵화를 받아내서 미국본토의 안전을 확보한 미국은 빅딜에서 유연한 입장을 갖게 될 것으로 엿보인다.


이 시점에서 한국의 국익을 반영하고 챙기지 않는다면 ‘닭 쫒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때문에 과연 무엇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이며, 미북 정상회담 주선인지, 또 종전선언의 참여도 무엇을 위한 것인지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


특히 종전선언은 단순한 이벤트 행사가 아니다. 남북한 분단체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써 그 후속조치가 엄청난 파장으로 나타날 것이다. 세상에는 계약(契約)이라는 법적 약속이 있어 사법적 효과가 발생을 한다.


협정(協定)이라는 것도 조약(Treaty)보다는 공식적이지는 못하지만 국제법상 국가 간 조약의 한 명칭이다. 그런 관점에서 종전선언 당사국의 ‘자격론’부터 합법적이어야한다. 휴전협정 당사국은 유엔군사령부(UNC: United Nations Command)가 맞다. 단, 유엔군사령관을 임명하는 미국의 대표자격은 유엔군을 구성한 15개국의 양해 하에 가능한 것으로 현 정전체제를 책임지고 유지해온 미국의 자격론에 이의는 없다. 그러나 절차는 유의미하다.


6.25전쟁의 휴전협정서명자는 북한인민군 대표 김일성과 중국 인민지원군(Chinese People's Volunteers) 대표 팽덕회 그리고 국제연합군 대표 클라크 미국 육군대장이었다. 그러므로 당사국은 북한은 당연하나 정규군이 아닌 인민지원군을 보낸 중국과 유엔군을 대표하는 미국의 입장은 법적으로 재고의 여지가 있다.


당시 모택동은 미국을 상대로 국가적 전쟁을 피하고자 정규군이 아닌 인민지원군을 보내어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참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을 당사국이 아니라고 배제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결정적 결함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교적 논의과정이 절차적으로 필요하다는 개연성이 있다.


휴전이래로 유엔군사령부가 아직도 한반도에 운영되는 관점에서 유엔군사령관이 휴전협정의 대표자가 되어야 한다. 즉 논의되는 종전선언의 당사자는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계약을 승계한 법적 지위자인 현 국제연합군 사령관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6.25전쟁 발발 직후 7월 14일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양허(assign)하였기 때문에 한국군은 유엔군의 일원국으로 당사국의 법적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휴전협정 당시 굳이 직접 서명을 하지 않아도 당사국이라는 자격이 가능하다.


즉 당시 유엔군사령관 클라크 미 육군대장은 한국을 포함한 유엔군을 구성한 16개국을 대표하여 휴전협정에 서명한 것이지 미국군만을 대표하여 서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쟁피해국인 한국의 당사국 지위를 무효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해석은 유의미하다.


따라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을 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선언은 법적 구속력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한국 정상이 참석하여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을 한다는 자체는 획기적인 것이지만 국제법상 협정의 오류적 해석으로 계약의 원칙을 위반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점은 당사국 원칙에서 국제법상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첨예한 사안으로 신중한 재해석과 재검토가 요구된다. 만일 한국와 북한, 미국, 중국을 포함하여 유엔참전국들과 유엔사무총장과 주변국들이 참석하여 국제법상의 절차를 따라 세기의 ‘종전선언식’으로 거행된다면 평화가 담보되는 후광효과(hallo effect)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결정적 빅딜로서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현실적 “군비축소”를 받아내야한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국가안보의 천추의 한(恨)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남북군사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자칫 평화조성분위기에 휩쓸리어 안보의 실리로서 군축을 망각한다면 종전선언은 ‘망국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국익의 실리를 ‘군축’에서 찾아야 ‘평화협정’도 진정한 평화를 담을 수 있다. 한마디로 군축이 없다면 종전선언도 평화협정도 남북교류도 다 위험한 빅딜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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