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장순휘 정치학박사]1945년 8월 15일 광복과 함께 온 것은 분단의 비극 아닌가? 도대체 이 민족적 비극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민족의 근대사는 한마디로 망국(亡國)의 일기(日記)였다. 일제의 침략은 1905년 을자늑약으로 외교권 박탈, 1910년 대한제국 국권찬탈로 이어지면서 식민지라는 치욕의 시대를 강제했다.


그러나 그 일기의 행간(行間)을 살펴보면 일제의 무자비한 식민지 탄압에 굴하지 않고 온 민족이 하나가 되어 간단없는 항일무장투쟁을 했다는 것이다. 독립운동에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없었으며, 동서남북의 지역감정도 없었던 위대한 항일무장투쟁이었다고 역사는 증거하고 있다.


항일독립운동은 1919년 미국 윌슨 대통령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에 고무되어, 2.8독립선언과 3.1만세운동이 일어났다. 3.1운동이후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4월 11일 공포된 첫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 10조에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통치한다는 것을 규정해 대한제국의 법통성을 승계하여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수립을 위한 외교활동을 했다.


첫 성과로써 세계 제2차대전 중에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중국 쟝제스가 만난 카이로회담(1943년 11월)에서 “현재 한국민이 노예상태 아래 놓여있음을 유의하여 앞으로 적절한 시기(in due course)에 따라 한국에 자유과 독립시킬 것을 결의한다”라고 조건부 보장을 받았다.그후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소련 스탈린이 만난 얄타회담(1945년 2월)에서 “자유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과 합치되는 책임있는 정부를 수립한다는 합의”를 통하여 독립국가의 정부수립절차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미국 트루먼, 영국 처칠, 중국 쟝제스가 참석한 포츠담회담(1945년 7월)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권고함과 동시에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카이로 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는 공식선언을 재확인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외교적 노력의 성과였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건국절과 관련해 1919년 임시정부 승계이론에도 일리가 있다. 1948년 8월 15일은 광복절· 정부수립일로 정하여 논쟁을 종식하기 바란다.


남북분담 단초는 미국의 안일한 오판


현재의 남북분단은 그 비극의 단초가 바로 연합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미국의 안일한 오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즉각적인 독립보다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를 구상했다는 것이다. 카이로 회담이후 소련 스탈린을 테헤란으로 초치하여 신탁통치안을 제안하였고, 스탈린이 잠정적으로 동조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얄타밀약’에서 미국은 소련의 대일 참전의 대가로 극동지역의 소련 구 영토와 권리를 회복시키기로 했으며, 한국의 신탁통치를 미국과 소련이 비밀리에 합의하여 분단의 단초가 된 것이다.


1945년 8월 10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제의하자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군사적인 관점에서 북위 38도선 이북에는 소련군이, 이남에는 미군이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항복을 접수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38도선은 당시 러스크 대령과 번스틸 대령이 한반도 내 미군점령지역을 너무 많지 않도록 하고, 수도 서울은 미군점령지역으로 하는 것으로 소련의 저의를 모른 채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련의 스탈린의 속셈에는 38도선을 ‘남진정책(南進政策)’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전략적 전진기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의없이 수용하는 듯한 기만전술로 미국을 속인 것이다.


북한지역을 점령한 소련군은 북조선노동당의 김일성을 내세워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수립하여 한반도의 공산화를 위한 ‘민주기지’를 구축하였다. 반면에 남한지역을 점령한 미군은 제대로 된 ‘군정정책’도 없이 신탁통치업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후 모스크바 3상회의(1945년 12월)에서 신탁통치를 결정했고, 한반도의 ‘통일정부수립’을 위한 논의를 협상했으나 소련의 집요한 반대로 결렬이 됐다. 따라서 당시 미국은 소련의 한반도 공산화 전략전술에 기만당한 귀책론(歸責論)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남북분단은 소련의 의도된 야욕임에 틀림없더라도 미국은 소련을 제대로 파악하고 한국민의 운명에 대한 사려깊은 정책결정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북한비핵화를 위한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18일 북한의 비핵화방식에 대해 “북한의 경우에는 김정은이 자신의 국가에 있고 이를 통치할 것”이라고 ‘체제보장’에 관하여 직접 언급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오류와 왜곡이 내재된 정치적 발언으로 외교적 대응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체제보장은 평화적 통일에 관한 헌법적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목표와 가치가 평화통일에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헌법 제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하도록 되어있다.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여 북한과는 특수관계로서 통일의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 제3자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또 나서서 북한의 체제보장을 운운한다면 평화적 통일은 불가능한 정치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손자(孫子)는 일찍이 병자궤도(兵者詭道)라고 했는데, 바라건대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정책과정에서 체제보장론은 평화통일을 위한 정치궤도(政治詭道)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휴전이래로 65년간 치열한 체제경쟁을 하며 분단의 갈등을 겪어왔다. 정부는 평화통일을 역행하는 어떠한 정치적 협상도 반헌법적이라는 점을 유념하여 국정(國政)의 정도(正道)를 지켜야한다.


특히 ‘체제보장’을 전제하는 미국의 반통일정책은 ‘북한의 고려연방제 방안’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왜곡돼 우리의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완성(3단계)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파기되는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지금 한반도는 봄이지만 봄이 아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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