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0일 총궐기 집단행동 예고…정당성 있나?

오는 20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 주최 총궐기대회를 둘러싸고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김영식 기자.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文 케어’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반발이 지속 중인 가운데, 의협은 지난해 말에 이어 오는 20일 두 번째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최대집 당선자가 이달 1일부터 신임 회장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의협의 정부 대립각은 더 첨예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4일 의협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뜻을 모으고, 최 회장과 홍준표 대표가 공동서약서를 마련해 함께 서명했다.


이들은 그간 줄기차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정치 야권 일각에선 ‘文 케어’ 자체를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규정하고 의료 현실을 간과해왔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날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의사들의 진료자율권 등을 제한하는 정책”이라며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추산한 보장성 강화정책 소요비용만 34조 원에 달하며, 증가 수요를 감안하면 100조가 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의협은 오는 2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文 케어 저지와 중환자 생명권 보호 대회’를 주제로 제2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는 의협이 지난해 12월 ‘文 케어’ 철회를 요구하는 1차 궐기대회를 진행한 뒤 약 5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총궐기대회엔 의협 측 추산 약 6만 명에 달하는 참가자가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 “최대집-자유한국당 공동서명, 본질 왜곡 우려”
“특정 직능 이익 극대화에 혈안…국민 입장에서 바라봐야”


시민사회에선 특히 의협이 가계부담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비급여’를 대폭 존속시키려 한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결국 직능 위주의 수가 보상을 배경으로, 전 국민에 적용되는 보장성보다 ‘저부담-저수가’ 프레임을 강화해 이득을 챙기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의협의 제1야당 연대와 관련, “국민 요구와 무관한 특정 직능의 이권과 결부된 왜곡된 관점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고 제1야당의 대표가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기 그지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명환, “의협 집단행동 이해할 수 없어…민노총 차원 연대 지속”


김명환(사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의협의 이번 집단행동과 관련,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강력 비판했다 ⓒ 김영식 기자.

참여연대 등 30여 곳의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본부)’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의협의 이번 집단행동을 자신들의 잇속을 더 챙기려는 행위로 규정, ‘文 케어’ 보장성이 부족해 되레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돈이 없어도 지위가 낮아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받자는 게 문 케어의 취지”라며 “국민들은 현재 이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데 의협이 반대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병폐에 맞서 일선에서 뛰어야 할 의사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려는 모습에 분노한다”면서 “이런 의협의 집단행동이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묵과할 수 없으며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선 매번 비급여의 급여화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보장성은 되레 더 줄어들어 2016년 기준 전년에 비해 0.8% 떨어진 62.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순자(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협 측 주장이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며 "의협은 의사 인력 확충 등 의료현장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영식 기자.

이어 “이 같은 이유는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값비싼 비급여 항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병·의원들의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한편, 서민층에겐 과소 진료 양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반드시 비급여의 급여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나 위원장은 또 “의협은 문재인 케어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재검토해야 할 것은 의협 자신들의 입장”이라며 “현재 의료 현장에선 의사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가 (의사 일을) 대신 떠맡는 등 각종 불법행위가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의협의 주장은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면서 “의협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문 케어 저지가 아닌 의사 인력 확충 등 의료현장 개선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상의료본부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의협의 집단행동에 반발하고 있다. 먼저 의협이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들은 의협 측이 ‘비급여가 의료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필요한 영역’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의료서비스 구매에 대한 보험자 개입 없이 의사-환자 간의 직거래를 허용하는 폐해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의학적 적정선을 벗어난 남용과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을 강제하는 비급여 영역이 존치돼야 할 이유는 없으며, 근거가 확립된 의료기술이라면 급여권에 포함하면 된다는 것이다.


“의협, 정책 본질 왜곡…의사-환자 간 직거래 폐해 직시해야”


무상의료본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문 케어'를 지지하면서도 보장성 관련 여전히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 김영식 기자.

무상의료본부는 또 의협이 국민 편익과 직결된 정부 대책을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들은 “의협이 문 케어를 반대하고 집단행동을 감행하는 이면에는 의사 직능 위주의 수가 보상이 배경이 되고 있다”며 “보장성보다는 ‘저부담-저수가’ 프레임을 강화하면서 이득을 챙기겠다는 속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현재 건강보험 수가 보상의 파이 배분에서도 1/3 이상을(상대가치점수총점 중 36% 수준) 특정 직능인 의사가 점유하고 있다”며 “타 직종의 의료인력 노동 가치는 평가절하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우리나라 경상의료비 7% 수준도 대부분 의사 소유의 병·의원 수익으로 귀결되는 재원으로, 이는 의사의 소유분과 보상수준이 절대로 낮은 수준이 아님을 반증한다”며 “의사집단과 일반 노동자와의 임금격차도 OECD국가들 중 상위권으로 국민 시각에서 볼 때 저수가 주장이 타당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급한 정부 과제인 공급부문에 대한 전면적 개혁 측면에서 보더라도 의협 반발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무상의료본부는 “이윤 창출에만 급급한 우리나라 공급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가능해야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공의료기관의 대폭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강보험 제공체계의 비용 유발적인 요인을 제어하지 않고서는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는 담보되기 어렵다”며 “고비용·비효율로 점철된 공급체계 개혁은 보장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과 의료산업노련 등 단체들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의 집단행동을 강력 규탄한 바 있다.


무상의료본부는 의협이 국민 편익과 직결된 정부 대책을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영식 기자.

한편, 그간 의사들의 전체 의견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부딪혀온 의협은 이 같은 우려와 함께 최근 시민사회의 강도 높은 규탄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는 점과도 맞물려 점차 ‘고립무원’의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의협 측 부인에도 ‘특정 직능 이익 극대화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여론의 따가운 눈총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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