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열과 좌절의 희비 교차…국민 공감하는 정치해야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연구소장.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흔히들 정치권을 가리켜 ‘여의도’라 한다. 법 제정이 이뤄지는 국회의사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자리해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물론 이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활동이 대부분 여의도에서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말 한마디에 정치권을 들었다 놨다하는 국회의원들은 여의도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의도의 꽃’이라 해서 꽃향기를 자체 발향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여의도의 꽃이 만개할 수 있도록, 좀 더 짙은 향기를 낼 수 있도록 막후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다. 국회의원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때론 같이 울고, 때론 같이 웃는 이들. 바로 국회의원 보좌관이다.


국회의원들처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해도 여의도 정치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존재가 보좌관인데, 이들은 막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여의도의 막후 실력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 생활 등 22년간의 여의도 활동을 접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온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연구소 소장’을 만나 보좌관 생활의 뒷얘기와 정치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무성 당 대표 됐을 때 희열을 느꼈다”


“당 대표가 왜 막장공천 막지 못했냐고?”


여기 22년간의 여의도 공직 생활을 접고 자연인으로 돌아온 이가 있다.


신한국당 사무처 당직자 공채 1기로 여의도 생활을 시작해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을 끝으로 여의도 정치권을 떠난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연구소 소장’이다.


‘무대(김무성 의원의 별칭, 무성 대장)의 숨은 책사’로 통했던 장성철 소장은 김무성 의원을 집권여당 당 대표로 당선시켰고, 김무성 의원과 함께 대권을 꿈꾸며 주군을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옹립시키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통령과 함께 상식이 통하는 국가를 운영해보고 싶었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탓이 컸을까.


만만치 않은 여의도 짬밥(연륜의 은어)을 자랑했던 그는 지난 3월 보좌관 생활을 접었다.


지금은 정치권 일각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2016년 4·13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청와대와 이한구 전 의원의 합작품인 새누리당 막장 공천 비화를 담은 책 집필에 열중하고 있다.


주말을 거쳐 월요일까지 장마를 연상케 하는 비가 오더니 그 다음날인 화요일,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수요일은 대체로 맑은 한 낮 초여름 날씨가 연출됐다.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던 지난 25일 <본지>는 장성철 소장을 만나기 위해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연구소’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 빌딩을 찾았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나서야 보좌관 생활 때보다 머리카락이 더 희어졌음을 알아챘는데, 제법 오피니언 리더 같은 풍모가 풍겨졌다.


장 소장은 다만, ‘장성철 보좌관’이 아닌 ‘장성철 소장’이라는 직함이 아직은 어색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김무성 의원을 보좌할 때는 수많은 인터뷰를 곁에서 지켜봤겠으나, 정작 본인은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아 다소 긴장된 듯 보였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됐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라 생각됐는데, 인터뷰가 중간을 넘어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면서도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다음은 장성철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 22년간 국회에 몸담고 있다가 지난 3월 국회를 나와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연구소를 차렸는데, 아직은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라는 직함이 아직은 어색한 것 같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과 오랜 시간 국회의원-보좌관 관계로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좌관을 그만두고 연구소를 차린 이유가 무엇인가?


― 보좌관직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22년 전 처음 정치권에 입문했을 때 권력을 잡아 상식이 통하는 국가를 운영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난 9년간 보수정권에서 일했던 분들이 수의를 입고 감옥에 가는 모습을 보고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감이 들었다.


― 회의감이 들다보니 보좌관직에 대한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저는 22년 동안 국회에 몸담으면서 국회 상임위원회에 주력하는 실무형 보좌관은 아니었다. 정무와 공보 쪽을 전담했는데, 어는 순간 국가운영을 해보겠다는 꿈이 없어졌고 이로 인해 보좌관 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면서 보좌관 생활을 그만두게 됐다.


― 또 하나는 22년 동안 보좌관을 경험하고 실질적으로 했던 노하우들, 예를 들면 정무판단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정당 전당대회와 대통령 선거 등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후배 보좌관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책을 집필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그러려면 지난 22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보좌관 생활을 뒤로하게 됐다.


Q : 오랜 기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상당한 경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는데, 보좌관이란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기 마련인데, 단점은 또 무엇인가?


― 기본적으로 공무원으로서 국가와 국민들에게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 여러 분야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점도 장점이다.


― 아울러 행정부 정보공개를 통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폭 넓게 알 수가 있고, 특정 상임위를 오래하다 보면 전문가보다 뛰어난 전문성을 갖출 수도 있다.


― 단점이라면 일정이 불규칙하다는 거다. 보좌하는 국회의원에 따라서 일정이 불규칙한 부분이 있는데, 특히 선거 때는 지역구에서 두세 달 머물면서 집에는 당연히 못 들어가고 새벽에 시작해 새벽에 일이 끝나는 상황들이 있다.


― 또 임기가 보장돼 있지 않은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국회의원의 결정에 의해 당장 오늘이라도 (보좌관 생활을)그만둬야 하는 그런 (직업의)불안정성이 있다.


― 이 밖에 보좌관은 (최고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직급이)4급인데, 연륜이 쌓이고 역량이 더 쌓여도 3급, 2급 등 고위직 공무원으로 올라갈 수 없다. 4급으로 급수가 정해져 있다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Q :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인데, 가장 기쁘고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가? 반대로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최악의 기억이 있다면?


― 가장 기뻤고 좋았던 기억은 제가 모시던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당 대표에 당선 됐을 때다. (2014년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당시)김무성 의원이 부산 영도구 재보궐 선거로 (당에)복귀를 하면서 보수진영의 각광을 받았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달렸고 많은 동료 의원들과 당원들의 기대를 받고 있었는데, 청와대와 친박 측에서는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견제가 심했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와대와 친박 측에서)여러 가지 일을 벌였는데, 김무성 의원이 그런 것들을 다 극복하고 당 대표가 된 것은 희열을 느낄 정도의 기분 좋은 일이었다.


― 전당대회 당시 당의 중심을 잡고 있었던 친박계가 전폭적으로 서청원 의원을 밀었었고 전당대회 당일 (현장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에 참석한다는 그런 결정까지 했다. 당시 많은 위기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것이 가장 기뻤다.


― 반대로 최악의 기억을 꼽자면 이 역시도 김무성 의원과 연관된 일인데, 김무성 의원이 갑자기 (지난 2016년 말)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1년 9개월 동안 당 대표를 하면서 차기 대권주자 1위도 거의 1년여 동안 했는데, (20대)총선 참패라는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사퇴하고 나서 지지율이 점점 하락했다.


― 그러한 이유(총선 참패와 지지율 하락세)들 때문에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됐다. 그 부분에 대해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좀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또 제가 보좌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 대한 자책감, 이런 것까지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가장 안 좋은 기억으로 생각된다.


― 그리고 또 하나는 본인의 지지율은 하락을 하지만 보수진영에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당시 유력주자로 떠오르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대선 양보도 하고, 권유도 하고 하는 차원에서 불출마를 했다.


보좌관 생활 당시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는 장성철 소장.

Q : 반 전 총장 영입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는데, 아무튼 김무성 의원의 대선불출마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냐?


― 그렇다. 거의 2년 정도 김무성 의원을 차기 대권주자로 만들고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힘을 모으고 노력을 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설득 과정 없이 느닷없는 (대선 불출마)결정, 그래서 나중에 직접 물어봤다.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불출마)결정을 하셨냐’고.


―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지지율도 떨어지고, 반 전 총장도 영입을 해야 하고, 보수정권 재창출도 해야 하는데 그런 이유들 때문에 (대선 불출마는)나의 정치적인 결단이다. 결단이라는 부분에 대해 사람들이 나를 비판을 한다면 그건 내가 충분히 감내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그런 말씀을 하셨다.


― 김무성 의원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질주할 당시에도 힘들어했던 부분이 뭐냐면,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이 공격받는 것에 대해 상처를 많이 받으시더라. 예를 들면 본인 가족 등이 정치적 공세를 받는 것에 대해 아주 많이 힘들어 하셨다. 김무성 의원은 큰 키와 덩치 때문에 세보일 것 같은 이미지지만 보기와 달리 휴머니스트이자 굉장히 선한 분이다.


Q : 한 언론 인터뷰(한국일보 20일자 보도)를 보니, 2016년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과 관련해 이른바 ‘박근혜 살생부’ 등 막장공천에 대해 심히 개탄했더라. 일각에선 당시 당 대표로서 막장공천을 저지하지 못한 김무성 전 대표의 책임론도 거론하고 있는데?


― 당시 당 대표였기 때문에 무한한 책임이 있다. 당연히 (막장공천에 대한)책임을 져야 할 부분인 것은 맞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청와대가 힘이 셌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도 높았고, 당 지도부 다수는 친박 최고위원들이었다.


― 당 대표가 내 편이 없는 상황에서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최고위원회는 (집단지도체제)의결 방식이었다. 당 대표의 권한이 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파국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친박 최고위원들과의 극한 대립 없이, 당 대표 본인의 양보와 희생이 담보되지 않고선 당을 조심스럽게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김무성 대표가 모욕감을 많이 느끼면서도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상당히 희생한 부분이 많다. 남들은 그런 것들을 ‘30시간의 법칙이다’라는 식으로 비난을 하지만 당과 보수진영을 위한 ‘고뇌의 찬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 20대 총선 전에 김무성 대표가 공천을 한 모든 재보궐 선거에서는 여당(새누리당)이 다 압승을 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4년 7·30)재보궐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이 압승을 했는데, 그 정도로 김무성 대표가 공정하고 당헌·당규에 맞는 그런 공천을 했고, 당원과 보수진영의 마음을 모아 총력 대응을 했기 때문에 그런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 20대 총선에선 이한구의 막장공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그리고 친박 핵심 실세들의 농간 그런 것들 때문에 김무성 대표가 상당히 어려워했다. 지금에 와서 ‘당 대표로서 왜 막장공천을 막지 못했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결과론적인 책임론에 불과하다고 본다.


Q :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질 당시 김무성 의원 주도로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열차에 탑승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탄핵안 통과의 금메달은 김무성 의원이고 자신을 은메달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은 친박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역적이 됐고, 정부여당 지지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보좌관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없었으면 보수진영이 무너졌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자면 최순실 국정농단 발발로 촛불시위가 몇 주 동안 지속됐었고, 공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의 무질서함이 국가운영을 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극에 달했다.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그래서 김무성 의원과 비박계 의원들이 생각한 것은 ‘헌정 중단은 안 된다’였다.


― 따라서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라고 고민해 봤을 때 헌법상에 있는 절차인 탄핵으로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김무성 의원과 주위)여러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판단한 것인데, 어쨌든 여러 의원들이 찬성을 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 됐다.


장성철 소장이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막장공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여론조작 통해 집권?…‘정권 정당성’ 문제


보수대통합 시급…전제조건은 친박의 용퇴


Q : 국회에 오래 몸담고 있었으니 정치현안에 대해 안 물어볼 수 없다. 지금 ‘드루킹 게이트’가 정국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본질은 지난 대선과 문재인 정부 탄생 이후 현재까지 여권 관계자가 개입된 댓글·여론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다. 2007년 대선과 2012년 대선 등 여러 차례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드루킹 게이트에 대한 생각을 얘기해 달라.


― SNS 상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합법적인 수준 내에서의 소위 말하는 댓글 부대는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편에 더 우호적인 기사가 포털에서 주목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합법적인 댓글 부대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러한 행위가 불법적이고 여론조작으로 간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댓글을 조작했다고 한 것 때문에 지금 많은 분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고 있고 재판을 받고 있는데, 국기기관이 동원된 것과 민간전문인들이 한 것은 법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심을 올바르게 전달해야 하는 포털의 댓글 여론이 어느 특정 집단에 의해 조작이 됐다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 아닌가.


― 더 큰 문제는 알려진 것 외에 더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측과 드루킹 사이의 돈거래 문제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김경수 의원이나 민주당 측에서 더 많은 댓글부대를 관리했었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만약 여론조작을 통해 집권을 했다면 정권의 정당성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Q : 오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인터뷰 시점은 25일입니다.) 이어 5월~6월께 미북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는데, 평화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 현 정부의 목표대로 진행된다면 대한민국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경사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렇게 될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뒷거래가 없었는지 여부다. 갑자기 북한 김정은이 대화·평화 등을 들고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이면합의가 없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 또 너무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선의적으로, 우호적으로 믿는 것 같다. 일례로 북한이 핵 실험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했는데, 우리 정부와 청와대는 ‘핵 폐기 수순으로 가는 거다’라는 부부만 강조한다.


― 북한은 더 이상 핵 실험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완벽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핵 실험 시설 폐쇄가 마치 핵 폐기인 것 마냥 호도한다. 미국은 지금 핵실험을 안 하지 않느냐. 같은 대목으로 봐야 한다. 이미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걸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


― 아울러 우려스러운 것은 당연히 종전을 끝내고 평화로 가야하겠지만 평화협정을 맺는데 있어서 북한은 단계별 비핵화 프로그램을 주장하고, 우리는 한미동맹을 폐기하고, 주한미군 철수하고, 한미연합 군사훈련 폐지하는 등 이런 것들은 먼저 선제적으로 조치한다면 이것은 북한의 의도대로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대북확성기 방송은 북한에 큰 위협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해왔던 것인데, 우리가 자진해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안 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큰 협상 카드를 하나 포기한 게 아니냐는, 북한에 대해서 너무 선의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보수진영을 포함해 우리 국민 모두가 평화를 원하는데, 정부의 바람대로 잘 진행되길 바란다. 다만, 대북정책 담당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고 면밀하고 섬세하게 대북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인터뷰 중인 김영덕 스페셜경제 편집국장과 장성철 소장.

Q : 20대 총선 막장공천의 뒷얘기를 담은 책이 조만간 출간될 것으로 알고 있다. 제목을 가칭이기 하지만 ‘보수 재집권 플랜’으로 정했는데, 궤멸 위기에 처한 보수가 어떻게 해야 재집권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방법이 있긴 한 건가?


― 일단 박근혜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친박을 청산해야 한다. 2012년 박근혜가 보수진영의 당 대표로 등장하는 순간부터 보수와 박근혜는 동일시됐다. 그러나 탄핵을 당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평가가 이미 끝난 것 아니겠느냐. 그런데 아직도 보수진영과 자유한국당은 친박이니, 아니니, 탄핵이 잘못 됐니, 아니니 이런 문제가지고 내부적으로 다툼과 분열이 있다.


― 이런 문제로 계속 싸운다면 한국당은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박 전 대통령 문제는 법과 역사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


― 한국당 지도부도 바뀌어야 한다. 젊고, 유능하고, 세련된 그런 보수적인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 국민들 보는 앞에서 막말하고, 예의 없고, 인상 쓰고, 그런 꼰대형 지도자한테는 국민들이 이제 마음을 주지 않는다.


― 문재인 대통령이 주변사람들을 감싸 안아주고 다독여 주고 그런 정서적인 접근을 많이 하지 않느냐. 그런 점은 보수진영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또한 보수는 대통합을 해야 한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보수층과 중도보수가 갈라져 있는데, 보수진영 내부가 분열돼 있으면 어떤 선거도 이기기 힘들다. 한국당 내부에선 고집만 세고 정치력 없는 일부 바른미래당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있지만 그 사람들을 인정해주고 같이 모여서 보수를, 야권을 대통합해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Q : 보수대통합?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물론 리더가,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 한국당과 보수진영은 6·13 지방선거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어느 정도의 참패가 예상되는데, 선거 이후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게 되면 새 지도부는 국민의 마음을 사고 보수진영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는 그런 분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


― 자기 고집보다 자기 희생을 통해 양보·대화·타협을 통해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그런 포용력이 넓은 지도부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본다.


보수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장성철 소장.

Q : 친박은 청산해야할 대상지만 보수대통합을 위해선 친박도 껴안아야 되는 거 아닌가.


― 제일 좋은 방법은 친박들이 정치적인 책임을 스스로 져서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 있고 보수진영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그동안 박근혜 정권에서 호가호위 해왔던 인사들은 뭐하고 있느냐. 그런 분들이 스스로 용단을 내려주고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의 마음을 열수가 있을 거라 본다.


― 청산이란 부분은 인위적인 청산도 있지만, 친박 스스로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Q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일단 책을 출간하는 게 급선무다. 원고 작업은 다 마무리했고, 출판사에 넘긴 상황이다. 5월 중순 쯤 출간될 것 같다. 책 출간 이후에는 당분간 정치권을 떠나 머리와 마음을 비울 예정이다. 지난 22년 동안 정치권에 있으면서 상처 받은 적도 있고, 영광도 누려봤는데 그런 것들이 앞으로 삶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지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 다만, 정치권 생활을 오래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여기(여의도)를 떠나서 살 수는 없을 것 같고, 다시 에너지를 충족하고 몸과 마음가짐이 (준비가)됐을 때 무너져 내린 보수진영을 되살리는데 조그마한 힘을 보태고 싶다.


― 이를테면 젊은 보수 운동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구상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권교체를 하는데 조그맣더라도 핵심적인 일을 해보 싶은 욕심이 있다. 다음 총선에 출마를 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일절 없다.


Q : 끝으로 <스페셜경제>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저도 <스페셜경제> 독자다. 항상 깊이 있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기사들을 접하면서 공부도 많이 되고, 팬이 됐다. 인터넷언론 정론지로서 앞으로 더욱더 발전하시길 바란다.


― 독자 여러분들도 스페셜경제가 더욱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이 성원해 주셨으면 하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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