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섭, 탈제(De-Titled), Hanji on Jangji, Single Casting, 130.3 x 97 cm, 1995-2016

[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난해한 개념미술’이라는 엉뚱한 수식어가 붙는 작가 홍명섭의 개인전이 열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개념을 넘어서는 ‘개념 초과적’ 작업을 즐기는 그에게 ‘과도하게 넘쳐흐르는 감각’ 혹은 들뢰즈가 베이컨의 회화에서 언급한 ‘감각의 맹렬함’의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작품에서 의도하는 감각과 의미, 저항은 개념미술로서의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바가 크다.


그는 줄곧 “사물과 예술이 지니는 의미가 어떻게 구축되고 해체되는가?” 라는 포스트 모던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예술적으로 유의미한 사물’이 성립하는 경계에 대해 탐구해왔다.


홍명섭은 작가노트를 통해 “내 작업에서 연대기적 순서란 의미가 없다. 새로운 작업과 옛작업이라는 구분이 무색하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치 물이 땅에 스며들다가 언젠가는 다시 솟구치듯 하나의 작업으로의 완경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잠기고 다시 번진다. 이런 시대착오적 흐름들은 한 방향의 시간을 살지 못하고 배회하거나 반복, 분산, 순환한다. 머리와 꼬리가 따로 없는 이러한 생리가 내 작업에서 구작과 신작이라는 개념의 구분을 의미 없게 만들고, 제작의 연대기적 순서와는 무관하게 겉돌게 한다. 내 작업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드는 상황과의 조우를 통해 모든 철학적 결정론들의 미학적 통제를 헤집고 틈을 내고 작업의 안과 밖을 헐고 가로지르는 무정부주의적 힘의 실체란 이미 그 자체가 표현 불가능한 비 확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홍명섭은 이번 전시에서 지난 1993년부터 시작해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주최 측 기획전의 하나인 ‘ASIANA’전에 초청됐던 것을 정점으로 지금까지도 간헐적으로 제작·발표하는 ‘탈제(De-Titled)’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곤충의 허물과도 같이 부서지기 쉬운 연양한 재료적 속성이 주는 정서 자체가 작업의 모티브가 되는 것을 보여준다. 잠자리 날개처럼 부서지기 쉬운 데서 도리어 생명의 징후를 한 층 엿볼 수 있는 것.


작가는 “본다는 것은 시지각만의 문제가 아닌 신체적 행위”라고 정의했다. 공간에 노출되거나 포획됐을 때 우리 몸이 느끼는 감각이자 몸의 경험이라는 것.


이렇듯 우리 신체를 차단하는 드로잉 속을 배회한다는 것은 우리 의식의 환각적이고 몽상적인 곡예라고 표현했다.


작가는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 ‘running railroad’에 대해 “철길 이미지는 내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미지에 대한 동경과 같다”면서 "문명과 혁명, 광야와 개척, 모험과 일탈, 유혹과 외경, 만남과 헤어짐 등을 일깨우는 몽환적 모티브"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U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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