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임(Un Passage No.181006, 162 x 130cm, Acrylic on Canvas, 2018).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화려한 색의 띠들로 환상적인 실크로드를 구현하는 ‘컬러밴드’ 하태임(45) 작가가 ‘Spring Sonata’란 타이틀로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24번째 개인전을 연다.

봄을 그대로 연상케 한다는 베토벤의 명곡 스프링 소나타 (Spring Sonata)와 같이 작가 고유의 아름다운 ‘색띠’의 향연으로 2018년 ‘아름다운 봄의 모습’을 선보인다. 베토벤의 곡이 각각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연주될 때 닮은 꼴 다른 곡의 느낌을 주듯, 하태임 작가의 ‘통로(Un Passage)’ 연작 시리즈 역시 그렇다. ‘소통의 통로’라는 하나의 의미를 추구하며 인간의 사고와 정서, 느낌과 기분을 각각의 ‘색’에 담아 다양한 스토리를 감각적으로 구현해 낸다.

국내외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많은 미술애호가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한국의 블루칩 작가로서의 입지를 당당히 굳힌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새롭고도 다채로운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하태임의 추상작업은 유학 시절 표현주의 화풍에서 비롯됐다. 당시 머리 속에는 온통 '소통'(疏通)의 개념으로 가득 차 있었고 가슴은 형상화를 위한 욕구로 두근거렸다. 작업실 이곳저곳에 놓인 캔버스들에는 '소통'을 형상화한 문자와 부호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가는 문득, 진정한 '소통'은 지식이나 언어 그리고 문자가 아님을 깨닫고, 문자와 부호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지금의 컬러밴드와 조우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된 ‘컬러밴드’는 우리 삶의 기억을 진솔히 담고 있다.


ⓒ 하태임(Un Passage No.187005, ø80cm, Acrylic on Canvas, 2018).

저마다의 색들에 빛과 찬란한 기억 혹은 치유의 에너지, 삶의 원천 등 다양한 의미가 부여된다. 화면에 밴드들이 배치되면 적절한 깊이와 유쾌함의 절충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수십 번의 붓질을 통해 가득 채워진 색들은 해맑고 곱게 어울려, 컬러 판타지를 연출한다. 즉흥으로 붓을 놓은 위치에 따라 그은, 아크릴릭 물감의 곡면 색띠(color bend)는 덧칠을 반복해 밀도 높게 도톰하다. 획마다에는 한 뼘의 너른 붓끝 자국을 따라 미려한 떨림이 스친다. 아련한 중간색조와 구색을 잘 맞춘 노란색, 붉은색, 분홍색, 형광색조들의 구성이나 흰색 덮기에는 유난스레 작가의 심성이 맞닿아 있는 듯하고, 성실함이 짙게 묻어난다. 바니시(varnish) 마무리마저도 정갈함을 보여준다.

매일 일기를 쓰듯 물감을 올리고 그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십년이 넘도록 휘어진 곡면의 색띠만을 그려왔다. 그것들을 모으기도 하고 흐트러뜨리기도 하고 단순한 형태의 띠만으로 화면을 구성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는 여전히 색의 다채로움 앞에 안절부절이라고 이야기 한다. 지친 일상 속에서 마치 한차례 태풍이 지나간 뒤 고요함이 찾아오듯 잠시 숨을 고르며 오늘도 그녀만의 색띠를 마주한다.

조은주 갤러리조은 큐레이터는 "12일부터 5월 4일까지 23일 간 열리는「Spring Sonata」(展)은 봄을 닮은 찬란한 빛의 색들이 연주하는 ‘최고의 명곡’과 같은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2018년 또 다시 찾아온 봄 누구에게나 색에 대한 기억은 다르듯, 하태임의 작품을 통해 저마다의 시선으로 따뜻한 봄날의 모습을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하태임(Un Passage No.187011, ø50cm, Acrylic on Canvas, 2018).

[사진제공=갤러리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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