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탐방기]슈트 입고 농사짓는 ‘낭만파머’, 박민혁 이야기

이강안 대표 / 기사승인 : 2018-04-02 09: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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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입은 낭만파머 박민혁
수트입은 낭만파머 박민혁


[스페셜경제=이강안 대표]강원 양양의 오색리 마을에 자리 잡은 농장에서 아로니아를 재배하며 기존의 방식을 탈피,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새내기 청년농부가 있다. 이른바 '낭만파머' 박민혁 씨다.


강릉대 경역학과 시절 박민혁
강릉대 경역학과 시절 박민혁


농업인 등록을 한지 3년 된 박 씨는 개척교회 목회자이신 아버지와 지방정부 복지센터관장인 어머니 사이에서 1남1녀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강원도 인제초등학교와 인제중학교, 홍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릉대 경영학과에 06학번으로 진학했다.


농업에 운명처럼 이끌리다


군복무를 마친 후 대학에 복학해 막연하게 쇼핑몰 창업을 꿈꾸던 경영학도인 박 씨를 운명처럼 귀농으로 이끈 계기는 2013년 12월에 찾아왔다.


제1공수여단 군복무중 박민혁
제1공수여단 군복무중 박민혁


그는 대학 4학년 겨울의 종강 전 학교세미나에서 젊은이들이 떠나는 농촌의 현실을 접하고 남들이 꺼려하는 농업을 나만의 방식으로 경영해서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강한 이끌림을 받았다고 했다.


그 후 그는 거주하던 강원 인제에 어떤 농장이 있는지 알아봤고, 1만5천평 규모로 파프리카를 수경 재배하는 농업회사법인 그린하트(주)에서 2014년 1월 1일부터 일하게 됐다.


파프리카 수경재배 그린하트 근무시절 박민혁
파프리카 수경재배 그린하트 근무시절 박민혁


농업이라고는 정말 하나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외국인근로자들과 함께 파프리카 순 작업부터 열매수확, 모종 기르기 등의 현장 일을 땀 흘리며 배웠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시설하우스 환경을 제어하는 일도 배웠다.


첨단 파프리카 수경재배시설에서 근무하면서 '과연 나중에 독립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농업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현실성 없는 꿈만 꾸는 것 같아 일과 후 틈틈이 저비용 유기농업을 공부했다. 이윽고 입사한지 1년이 되는 2015년 1월 1일 자신의 길을 가기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해수욕장 알바로 아로니아 묘목구입


박 씨는 파프리카 농장을 퇴사한 후 어느 분야에서나 기초를 다져서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강원도 양양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농업인대학에 입학해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공부했다.


유기농업 공부
유기농업 공부


유기농업 공부
유기농업 공부


농업인대학 교육 과정에서 아로니아의 강인한 생명력과 항산화효능, 가을에 빨갛게 물 드는 아로니아 잎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고 초보농부가 재배해도 최소한 죽지는 않겠구나하는 생각으로 주 작물로 선택하게 됐다.


아로니아농장 농사
아로니아농장 농사


아로니아
아로니아


아로니아에 대한 좀 더 심화된 교육을 받기위해 2016년 아로니아 아카데미에 입학해 계속 공부하며 부모님 친척 땅을 무료로 관리하며 사용하는 조건으로 1500평 아로니아 농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돈을 들이지 않는 유기농업을 연구하며 실천하기 위해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서 2~3시간씩 농사일을 하고 아침햇살을 맞으며 낙산해수욕장으로 출근해 수상인명구조대원 라이프가드로 알바를 진행했다.


매년 7월초에 개장하는 낙산해수욕장에서 55일간의 수상인명구조대원 알바생활로 500만원을 벌어 아로니아 묘목 1000주를 구입해 농장에 심었다. 2018년부터 아로니아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낙산해수욕장 인명구조대원 알바하는 박민혁
낙산해수욕장 인명구조대원 알바하는 박민혁


농부 개인브랜드 만들어 판로개척


박 씨는 첫 수확할 아로니아를 누구한테 팔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기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나로 좁히고 좁혀서 최초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아로니아 농장 고랑 사이사이로 레드카펫을 깔아 패션쇼를 진행한 최초의 농장, 다양한 농기구들과 농장 공간을 활용해 야외 헬스장으로 만든 최초의 농장 등 특색 있는 농장을 만들려고 계속 노력 중인 것이다.


박 씨는 개인 브랜드를 가진 농부가 되기 위해 SNS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을 만드는데 벌어서 차근차근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자금 마련을 위해 앞으로 2년 정도는 새벽에는 아로니아 농사일을 하고 아침 햇살을 맞으며 출근하여 낮에는 일용직을 병행할 계획이다.


아로니아농장 농사
아로니아농장 농사


아로니아농장 농사
아로니아농장 농사


그는 "특색 있는 최초의 아로니아 농장을 만들거나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놀러 다니며 농업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농부가 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된다면 어떻게 팔지에 대한 고민은 저절로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로니아농장
아로니아농장


슈트 입고 농사짓는 청년농부


박 씨는 농업 현장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소비자들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생산자 입장만 고집하며 기존의 농업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도태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느 날 저희 농장에 손님들이 찾아 왔을 때 깔끔한 슈트 차림을 한 청년농부가 반겨 준다면 손님들이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슈트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 이지만 청년농부가 슈트를 입고 농사일을 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지 않을까. '간지 짱. 꽃미남’이라는 SNS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서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농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떠나는 농촌, 외국인 노동자들 없이는 더 이상 농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척박한 현실 속에서 기존의 낡은 관습을 무작정 따라하지 않고 슈트 입고 농사짓고 싶다고도 밝혔다.


설악 오색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박 씨의 아로니아 농장이 자리 잡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의 오색1리 백암마을은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귀한 일꾼으로 대접받는 설악산 자락 산속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시골에 들어가 있으면 외롭지 않아? 거기서 뭐해?'라는 말이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듣는 소리다. 박 씨는 농촌이 청년들에게는 조금 삭막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니 외롭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이 있는 곳도 농촌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설악 오색리 마을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관광마을로 바꾸기 위한 사업을 하나씩 추진 중이다. 현재 도자기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글램핑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오색마을만들기 자료집 제작한 박민혁
오색마을만들기 자료집 제작한 박민혁


설악 오색마을 도자기체험장
설악 오색마을 도자기체험장


설악 오색마을 글램핑장 조감도
설악 오색마을 글램핑장 조감도


박 씨는 "7년 후쯤 청년들에게 강원도 양양군 설악 오색마을로 귀농하라고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도록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수영이 준 인생의 교훈


박 씨는 어릴 적에 물을 너무 싫어하고 무서워해서 부모님이 수영을 가르치느라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부모님의 정성으로 수영을 겨우 배우다가 초ㆍ중학교 때 7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중학교 때 수영선수를 그만둔 이후로 오랫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지만 한참 후 제1공수여단에서 군 복무할 때 어릴 적 배운 수영 덕택에 해상훈련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도민체육대회 선수 출전 박민혁
도민체육대회 선수 출전 박민혁


부모님의 정성으로 어릴 적 배우게 된 수영 덕에 그 후에도 낙산해수욕장 수상인명구조대원인 라이프가드 일을 할 수 있었고, 직접 벌어서 아로니아 묘목도 구입하여 농장을 가꾸어갈 수 있었다.


박 씨는 "어릴 적 그렇게 싫어했던 수영이 지금에서는 정말 잘한 일 중의 하나로 삶에 도움이 되고 있는 사실이 인생의 큰 교훈이 됐다"며, "수영으로 인한 체험 때문에 지금은 어느 분야에서건 기초 중심을 잘 잡아야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두가 떠나는 농촌으로 귀농하여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는 청년농부의 길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농업과 농사의 뿌리가 되는 것만은 확실히 하여 갈대처럼 휘어져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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