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만 50석, 수장 언제 올까’…목 빠지는 공공기관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 300일이 지났지만 아직 일부 공공기관들의 수장이 보이지 않고 있다. 낙하산 근절과 인사 검증을 이유로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일부 공공기관장과 감사에 내정된 인사가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는가 하면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낙선한 인사들을 위해 남겨두고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정부가 1년이 가까워 오도록 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이유와 현재 공석으로 자리한 곳의 차기 수장을 짚어 왔다.


“공공기관장 인사는 다 낙하산이다” 최근 논산시장에 출마한 백성현 전 주택관리공단이 한 말이다. 백 전 사장은 “청와대에 이력서를 내고 청와대에서 추천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낙하산이 맞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관료 출신이던 캠프 출신이든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낙하산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장 없는 공공기관장 ‘수두룩’


현재 알리오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장 중 공석인 곳은 약 50석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관광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전KPS 등이 현재까지 수장없는 공석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전경.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7일 사장 공모를 마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과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 조석 전 한수원 사장 등이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김 회장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차기 사장은 이달 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사장 후보에 양수영 전 대우인터내셔널 자원개발본부장과 안완기 전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을 추천했다.


한국가스공사 전경.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 이승훈 사장이 사임을 표하면서 8개월간 사장 없이 직무대행체제로 유지돼 오고 있다.


“관피아 막다 낙하산 떨어질라”…선거철, 보은인사 의혹


“공공기관장 인사는 다 낙하산”…4명 중 1명은 ‘주무부처’


지난 1월 이관섭 사장의 사임 이후 2개월째 공석으로 남겨져 있는 한수원 사장 역시 한전 사장 인선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정재훈 원장, 한수원 사장 '유력'


지난달 말 임추위는 면접조사를 통해 3명의 후보자를 기재부 공운위에 추천했다. 후보자를 살펴보면 정재훈 전 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권홍기 한신대 교수, 김동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정책위원이 추천됐다. 이 중에서도 정재훈 전 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이 가장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전경.

한전의 발전 5개사는 최근 빠르게 사장 자리가 채워지고 있다. 지난 8일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신정식 한국남부발전 사장이 취임을 마지막으로 5개 발전 공기업 사장이 마무리됐다.


한전KPS는 정의헌 사장이 취임 1년만인 지난 1월 사임 이후 현재 김범년 현 광양그린에너지 대표가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월 정창수 사장이 강원도지사 출마로 공석이 됐다. 이후 강옥희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지난해 12월 곽상문 사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물러난 이후 3개월째 공석으로 남겨져 있다.


최근 한국광물공사와 합병설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이사장 자리도 공석이다. 지난해 9월 김익환 이사장이 임기 3년을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6개월간 수장 자리가 비워져 있다.


4명중 1명은 부처 낙하산(?)


현직 공공기관장 4명중 1명은 주무부처 공무원 출신으로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기업 및 정부기관 353곳 중 공석을 제외한 286곳을 조사한 결과 77곳, 전체 26.9%의 기관장이 주무부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16곳으로 가장 많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이 각각 10곳과 8곳을 차지했다.


한전 등 50여곳 수장없이 표류…하마평 나오는 인사 누구(?)


‘낙하산’ 근절에도 정치인 대거 포진…역대정권과 비교하니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조폐공사, 국제원산지정보원 등 기획재정부 산하기관 4곳의 기관장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문재인 정부 낙하산 인사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낙하산 근절을 표방했지만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낙하산 의혹은 제기되고 있다.


김인호 전 한국무역협회장은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사임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 전 협회장은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최근 정부가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관장의 중도 사퇴도 낙하산 의혹을 불을 지피고 있다.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임기 1년 8개월을 남기고 돌연 사퇴하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보 역시 이사장 사임에 따라 후임 이사장 선출에 돌입할 뜻을 밝혔다.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1일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버젓이 자행하는 것은 신적폐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낙하산 인사부터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도 낙하산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615조를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감사로 이춘구 전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이 임명됐다. 역시 낙하산이 불거졌다. 이 감사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전주고 동분이다.


야권에서는 “정권이 국민연금공단 감사에 함량미달의 낙하산 인사를 임명했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금융감독원 감사에도 금융 분야 이력이 없고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우찬 변호사가 임명됐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을 지낸 임찬규씨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의 감사로 임명됐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미디어특보로 활동한 허정도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방선거’ 보은인사 될까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공공기관 인사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정치인 등이 공공기관의 기관장이나 감사 등으로 보인인사로 내려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가 줄었다고 하지만 낙하산 인사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며 “기관장이 아닌 감사와 고위직 임원으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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