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음식이 있어 서울살이가 견딜 만했다', '찌라시 한국사'

박고은 / 기사승인 : 2018-03-16 17: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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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시간이 하루 6분이라고 한다. 매일 6분을 꾸준히 읽어 '교양인'이 될 수 있도록 <스페셜경제>가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음식이 있어 서울살이가 견딜 만했다(정은숙 지음 | 황교익 사진 | 따비)
▲음식이 있어 서울살이가 견딜 만했다.(사진출처=따비 제공).


서울음식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500년 조선왕조의 도읍지였으니 궁중음식이나 반가음식이 먼저 떠오르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음식 중에 궁중음식이나 반가음식은 없다. 서울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은 17가지다. 그런데 그 음식 중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서울 명물로 소문난 설렁탕 외에 냉면, 홍어회, 부대찌개 같은 음식이 포함돼 있다. ‘저 음식들이 서울음식이라고?’ 하는 의문을 가질 만한 음식들이다. 냉면은 늘 앞에 평양이나 함흥이라는 지명을 달고 있으며, 홍어는 대표적인 남도음식으로 꼽힌다. 부대찌개 하면 사람들은 으레 의정부를 떠올린다. 저자가 이런 음식들을 서울음식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4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토박이라고 부를 만한 기준인 3대째 이상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세대는 불과 6.5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90퍼센트가 넘는 서울 사람들이 비교적 근래에 팔도 각지에서 서울로 옮겨 온 이주민인 것이다.


서울음식에는 이런 이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국전쟁으로 피난 온 이북 실향민들의 삶이 을지로 평양냉면과 오장동 함흥냉면에 스며 있다. 평양냉면 전문점인 우래옥, 을지면옥 등에 가면 연세 지긋한 실향민들 만나기가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보다 쉽다.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추운 겨울밤 뜨거운 아랫목에서 먹던 어머니의 냉면 맛을 을지로에서 찾는다.


신림동에 가면 순대타운이 있다. 원래 재래시장 노점에서 시작한 순대볶음집들이 두 개의 건물에 입주하여 타운을 이룬 것이다. 이곳 순대타운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간판에 전라도의 지명이 붙어 있다. 이촌향도의 1960~70년대, 신림동 인근에는 전라도 농촌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 그들은 읍내와 같았던 신림시장에서 값싼 순대볶음에 소주 한잔하면서 낯선 서울에 적응했다.


음식을 통해 본 서울은 이주민의 도시인 것이다.



  • 찌라시 한국사(김재완 지음 | 쌤앤파커스)
▲찌라시 한국사.(사진출처=쌤앤파커스 제공).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반정을 통해 왕좌를 차지한 인조가 선왕 광해군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쓸 이유가 없던 것도, 의자왕이 천 년 넘는 세월 동안 삼천궁녀를 거느린 ‘호색한’이 되어야만 했던 것처럼. 그렇다면 몇백 년, 몇천 년 전의 역사 기록이라고 해서 아무 의심도 없이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런 의심 없이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역사 이면에 다른 사실이 숨어 있지는 않은 걸까?


이 책은 역사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흔적들, 그것들에 대한 진면목을 과거가 아닌 ‘내일의 관점’에서 흥미진진한 필체로 풀어낸다.


실력으로 기득권 사회를 뒤흔들었던 여성들, 패배자로 기록되었지만 정의로써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영웅들, 모두가 외면했으나 불굴의 의지로 시대를 위해 헌신한 의인들, 그리고 한낱 ‘백성’이라고 표현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를 지탱할 수 있게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왜 단종과 광해가 폐위될 수밖에 없었는지, 사서에 단 한 줄 나온 을지문덕이 우리가 기억하는 대장군이 되었는지, ‘영토왕’으로만 기억되던 광개토대왕이 어떻게 ‘대왕’ 칭호를 얻었는지, 연산군이라는 괴물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역사 속 여성들은 어떻게 소리 소문 없이 보이지 않는지… 등등 우리가 궁금해하던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저자의 손에 의해 새로이 재탄생한다.


어쩌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나, 역사책에서는 흘려보냈던 인물과 사건들이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맥락’에서 다시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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