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가…‘실무전문가’ 인가(?)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노조의 취임 저지 논란을 빚은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취임식을 갖고 aT 사장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이 신임 사장은 이 자리에서 “농민은 걱정 없이 농사짓고 국민은 안심하고 소비하도록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취임 반대를 외치며 취임식 저지를 한 만큼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가냐는 것도 이 신임 사장의 숙제로 남겨지게 됐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이병호 사장을 살펴봤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신임 이병호 사장이 취임식에서 자신의 포부를 드러냈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신임 사장은 “개방화 등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aT의 명확한 역할이 있다”며 “aT가 문재인 정부의 농업정책을 선도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aT호 탑승한 이병호 사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제 18대 사장에 이병호 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을 임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신임 사장은 농업과 관련해 현장 경험이 풍부해 ‘현장통’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예냉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영농조합을 설립해 직접 경영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정책보좌관 재직 당시에는 119조원 규모의 농업농촌투융자계획 마련을 주도하는 등 미래를 보는 안목과 경영능력, 현장 감각을 두구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정책보좌관,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 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이병호 신임 사장은 “개방화 등 농업이 어려운 여건에서 농민은 걱정 없이 농사짓고 국민은 안심하고 소비하다록 aT가 문재인 정부의 농업정책을 선도해야 한다”며 “올해 출범 51주년으로 백년 공기업으로의 첫 발을 딛는 aT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aT 신임 사장에 이병호 전 차관 임명…현장 ‘실무 전문가’ 정평


취임식 앞두고 노조 ‘낙하산’ 반발…하루도 못간 ‘실력행사’ 의문


이처럼 농업 전문가로 알려진 이병호 사장이지만 취임식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바로 ‘낙하산 논란’이다.


우려되는 ‘낙하산’ 논란


aT노조는 취임식 당일 이병호 신임 사장의 임명을 반대하며 취임저지 투쟁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날 1시30분부터 전남 나주혁신도시 aT사옥 정문 앞에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반발하며 이 신임 사장의 취임식 출입을 막아서며 항의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의 aT노조원 40여명은 이날 ‘공정한 인사 공정한 보상’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사장 취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병호 사장은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한 차례 사옥 진입을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에게 막혀 발길을 돌리며 노조와의 면담에 들어갔다.


노조와의 면담 <왜>


이 신임 사장은 노조와 면담을 통해 자신의 경영철학과 aT를 이끌어갈 청사진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조 측이 우려했던 입장을 수긍하면서 취임식이 진행됐다.


aT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병호 신임 사장이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노조가 갖고 있는 우려 등에 대해 입장을 들었다”며 “이를 취임사에 반영했고 공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하는 ‘사장 길들이기’, ‘낙하산 사장 반대’ 등이 아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의 이 사장 반대 투쟁에 대한 논란은 꺼지지 않고 있다. 투쟁이 반나절도 못 가면서 노조의 투쟁이 ‘퍼포먼스’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당초 aT 사장 공모에는 총 9명의 인사가 공모에 참여했으며 내외부에서도 이병호 당시 후보에 대한 경력과 능력 등에서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우위를 점쳤던 상황이라서 더욱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병호 신임 사장 취임식

일각에서는 노조가 신임 사장들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이나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매번 관행처럼 집회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1년 남짓 자리한 직전 사장


앞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여인홍 사장은 지난 2016년 10월 4일 취임했다. 농림부 출신으로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농림부 차관을 역임하다 같은 해 10월 aT사장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말기 임명된 여 사장의 임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년 남짓 자리한 여 사장은 지난해 11월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1월 초 aT사장 공모가 마감되자 이병호 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대항마로 거론 됐던 인사들이 지원을 포기하거나 다른 공공기관 수장에 지원하면서 경쟁자들을 손쉽게 따돌렸다. 유력하게 점쳤던 김승남 전 의원은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지원을 포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전 사장의 사의 이후 몇 개월간 수장 공백 사태가 벌이지면서 내외부적으로 심난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1년 짜리 사장이 아닌 비전을 갖고 함께 할 수 있는 수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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