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최근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해온 사실이 알려져 곤혹을 치르고 있는 SBS가 간판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 전(前) 작가의 부조리 폭로로 다시금 논란에 휩싸였다.

“내가 겪은 쓰레기 같은 방송국·피디를 고발합니다”

24일 KBS구상작가협의회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섹션엔 ‘인니’란 필명의 “내가 겪은 쓰레기 같은 방송국, 피디들을 고발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홈페이지는 방송작가들의 구인·구직 등 활동 공간이다.

지난 2016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작가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적폐 청산을 부르짖을 때마다 나는 웃긴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방송 일을 하면서 만난 최악의 프로그램이 ‘그것이 알고 싶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그알은 6주 텀으로 돌아갔고, 총 6개의 팀이 내부에 있었다.

글쓴이는 “당시 월급은 160만 원. 그마저도 월별로 주지 않고, 방송이 끝나면 6주 후에 일괄지급 되는 형태였다”면서 “뭣도 모르고 처음에는 막내작가의 월급 치고 넉넉한 돈이라고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 곳에선 24시간 일을 한다. 6주 중 기획 주인 첫 주만 10시쯤 출근해 7시쯤 퇴근하고, 2-5주엔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을 한다. 당연히 수당이고 뭐고 없다”고 했다.

“나는 심부름꾼이었다”고 말한 글쓴이는 “밥 심부름에 커피 심부름이 주 업무고, 기껏 커피를 사왔더니 이거 말고 다른 메뉴 먹고 싶다는 선배의 말에 도로 내려가 다른 것을 사오기도 했다”고도 했다.

또한 “글을 쓴다는 알량한 자존심은 내려놓아야 하는 곳”이라며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주던 전임자는 종종 두통약을 하나씩 먹었다. 왜 먹냐고 물어보니 잠이 너무 부족해 만성 두통에 시달린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밖에서는 정의로운 척 적폐를 고발하겠다는 피디들이 내부의 문제엔 입을 조개처럼 꾹 닫았다”고 글쓴이는 말했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던 글쓴이는 출근 1주일째 담당 피디에게 “어떻게 이렇게 일을 시킬 수가 있냐”고 물었고 “여기는 똑똑한 작가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작가를 원하는 데야. 그렇게 똑똑하게 굴 거면 여기서 일 못해. 다들 그렇게 일해왔고, 그게 여기의 규정이야”란 답변이 돌아왔다.

글쓴이는 “그 피디가 한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 열정페이 강요 의혹

해당 글쓴이는 뉴스타파 ‘목격자들’에서도 이른바 ‘열정페이’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면접 때도,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합격통보를 할 때도 그쪽에선 페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첫 출근하던 날 글쓴이는 “페이가 얼마냐”고 물었고, 담당 피디는 “공중파처럼 120만 원씩은 못 줘”라고 말했다.

이어 글쓴이는 “당시 공중파 막내작가의 페이는 약 140만 원가량이었고, 최저임금은 126만 원이었다”고 했다.

또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으로 상근을 하며 프리뷰, 섭외 등 많은 일을 떠맡았다”면서 “시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섭외나 후반 작업이 굉장히 까다로워 근무시간은 항상 엄청났다”고 주장했다.

‘사회 정의를 지키는 일인데’ ‘크라우드 펀딩으로 돈이 넉넉지 않아서’ 등의 발언을 제작진으로부터 자주 들었다고 글쓴이는 밝혔다.

이와 관련, 해당 글쓴이는 “그런데 나는 물어보고 싶다. 그럼 당신들도 나만큼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일하나?”라며 “그건 분명 아니었다. 갑질을 고발하는 그들이 막내작가들에게 갑질을 하는 형국이 아닌가. 나는 그곳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홈페이지에선 이 같은 방송계의 열악한 근무환경 폭로에 또 다른 작가들의 추가 폭로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방송계에 만연한 갑질 행태에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KBS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