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책 반복되자 20~30대 지지층 이탈 현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무술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흔히들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또는 극성 지지층을 가리켜 ‘달빛기사단’, ‘문꿀오소리’,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문파(文派)라 지칭)’라 한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등 온라인 공간을 주 활동무대로 삼아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자발적 시민 참여 또는 자발적 여론 형성이라 주장한다. 기존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현 정권을 보호하겠다는 일념 하에 자행되고 있는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 탓에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상위에는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댓글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상위 댓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적 댓글이 눈에 띠게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집권여당 대표는 고소·고발을 운운했고,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는 자사 뉴스 서비스 댓글이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진상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최근 뉴스 댓글을 통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기류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秋 “문재앙·문죄인 인신공격 고발”


댓글조작 공범?‥네이버 수사 청원


“생각이 같고 다르고 상관없이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기자들은 지금처럼 그렇게 활발하게 많은 댓글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하는 기간 내내 제도권 언론의 비판뿐 아니라 인터넷, 문자, 댓글을 통해 많은 공격 비판을 받아 왔다.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이 당한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기자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너무 예민하실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언론사 기자가 ‘요새는 언론인들도 대통령과 정부 비판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 격한 표현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묻자, 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정치인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언론인들도 너무 예민해 하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는 조언이자 충고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을 ‘문슬람(문재인+이슬람 극단주의자)’이라 지칭하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틀 뒤인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는 악성댓글에서나 사용되는 문슬람이라는 단어를 흉내 내기에 이르렀다”며 “특정 종교와 나라를 폄하하고 비하할 뿐더러 직간접적으로 국익을 훼손하는 망국적 발언”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제1야당 대표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문슬람이라 폄하한 것을 두고 집권여당 대표로써 충분히 유감을 표할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추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SNS 상에서)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문재앙’, ‘문죄인’으로 부르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농락하고 있다”면서 “이는 상습적인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데, 이를 방조하고 있는 포털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을 향한 부당한 인신공격 행위에 대한 고발조치와 네이버가 이를 묵인, 방조하고 있다며 공범으로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격한 표현의 댓글에 대해 너무 예민해 하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충고했지만, 집권여당 대표는 제1야당 대표를 비난함과 동시에 온라인상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댓글을 작성한 사람들을 겨냥해 고발조치를 운운한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네이버 수사 촉구 국민청원


추 대표가 네이버를 댓글 조작 공범으로 지목하자, 다음날인 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문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해당 청원자는 “여론조작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현상이 있다”며 “기사가 작성되자마자 악의적인 댓글이 달리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아 추천수가 상당히 많이 올라가서 그 기사를 접하는 사람에게 최상위로 노출되는 현상이 너무나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크로 및 프로그램 등으로 추정되는 비정상적인 댓글 및 추천 현상 그리고 네이버 내부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많다”며 네이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즉, 인터넷상에서 여러 절차를 거치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댓글 입력 및 추천·비추천 클릭 등을 실행시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반(反) 문재인 정부 세력들이 여론을 조작하고 있으며, 여기에 네이버가 공조하고 있다는 것.


청원자는 네이버가 개입한 댓글 조작 정황으로 지난 17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남북,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입장·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라는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거다.. 국민들 뿔났다!!!’는 댓글에 2분 27초 동안 공감이 1762개에서 2516개로 754개 늘어난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네이버는 “진상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네이버는 “댓글 추천 수가 급속히 올라간다는 등 의혹 제기와 관련 명확한 사실 규명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19일자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는 어차피 해명을 해봤자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차라리 경찰 수사가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최근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적 댓글이 늘어난데 대한 진상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文 지지층 ‘자충수’ 관측도‥헛다리?


기류 변화 인정 않고 그저 남 탓만?


‘문빠 양념’이 안 통하는 이유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 대표로부터 비롯된 이번 국민청원이 자칫 여권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 수사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및 네이버 개입 등이 무관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조작이 아니라 실제 국민 여론이었다는 반증 아니냐”며 “이렇게 되면 여권과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문 대통령 지지층에게는 역풍이 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현재 청와대 홍보수석(국민소통수석)이 전 네이버 부사장이었는데, 네이버가 문 대통령 비판 댓글 여론조작에 공조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며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뉴스)댓글에서 부정적인 댓글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강남 집값은 폭등하고,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청와대와 정부가 우왕좌왕한다던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 공무원 가산점과 유아 영어교육 금지 등 오락가락 정책, 여기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정작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을 패싱(passing-열외)하는 등 최근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잘못된 정치)’이 겹치자 기류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털 메인에 노출되는 뉴스의 경우 조회수가 많은 게 당연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페이스북 등에 공유되면 댓글과 추천수 등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음을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간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신 자초한 네이버 비판도


이처럼 추미애 대표로부터 비롯된 이번 국민청원이 자칫 여권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네이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외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 7일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검색어도 당자사의 요청 또는 자체 판단으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네이버가 불신을 자초한 탓도 집권여당 대표의 질타 및 국민청원의 단초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포털이 입맛대로 메인에 노출시키는 등 자체 편집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울러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받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지만,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 등 야당이라면 무조건적인 비난과 비판이 난무할 때는 가만있더니 추 대표의 질타와 국민청원에 네이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공정해 보이지는 않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악성 댓글을 수수방관 하다가 집권여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우군들이 반발하자, 그제 서야 헐레벌떡 경찰을 끌어들이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30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종합감사에 출석해 눈을 감으며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좌표로 댓글 여론 주도…호시절 끝나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껏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적 댓글을 뉴스 댓글 상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휘자격 인사가 이른바 ‘좌표’를 찍으면 문꿀오소리 등은 가족 아이디 등을 동원해 좌표가 찍힌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비공감 클릭으로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인 댓글은 하위로 밀어내고 긍정적 댓글을 상위로 올려놓는 등 댓글 여론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문 대통령 지지층들은 이를 두고 여론몰이가 아닌 보수를 받지 않는 자발적 시민참여 또는 자발적 여론형성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를 겨냥한 부정적 댓글이 눈에 띠게 늘어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정치권 관계자의 언급대로 ▶오히려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긴 부동산 정책 ▶가상화폐(암호화폐) 규제를 놓고 우왕좌왕 ▶급격한 최저인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축 및 물가상승 등 후폭풍 ▶공무원 가산점 및 유아 영어교육 금지 등 오락가락 정책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강원도 평창보다 북한이 주목되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겹치면서 우호적이었던 민심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댓글 여론을 주도해왔던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은 이를 기류 변화로 보지 않고 반(反) 문재인 세력의 여론조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류 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 15일 공개한 1월 2주차(8~12일 조사) 주간집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70.6%로 전주(1월 첫째 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20대 지지층에 한 해서는 72.0%를 기록했다. 높은 수치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는 전주(81.9%)에 비해 9.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22일 공개된 1월 3주차(15일~19일) 주간집계 여론조사에서는 2주차 주간집계 대비 4.6%포인트 하락한 66%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30대 지지율은 83%에서 9.9%포인트 하락한 73.1%로 집계됐다.


2주 동안 20~30대 지지층에서 번갈아 가며 9.9%포인트씩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30대는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릴 만큼 조사 때마다 80% 이상의 지지를 보냈으나, 80%선이 무너진 것이다.


보수진영 안팎에선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을 향해 야당일 때는 알바 타령만 하더니, 여당 되니까 매크로 타령만 하고 있다는 조소 섞인 쓴 소리가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등 보수정권만 겨냥하는 불공정한 적폐청산에 골몰하는 현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국정운영으로 인한 민심의 기류 변화를 수긍하기는커녕 그저 남 탓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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