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아이폰X로 다시 한 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왕좌를 차지할 줄 알았던 애플이 ‘배터리 게이트’로 발목이 잡혔다. 애플에 거듭되는 해명과 공식사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가는 형국이다. 이렇다보니 이번 사태에 팀 쿡 애플 CEO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대거 사퇴 또는 수천억달러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재패했던 애플에게 일생일대(一生一代)의 위기가 닥친 셈이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는 지난달 18일 성능측정(벤치마크) 도구 ‘긱벤치’ 블로그를 통해서 처음 불거졌다. 긱벤치는 아이폰6S와 아이폰7 등의 실험을 통해서 업데이트 이후 급격하게 성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애플이 신제품인 아이폰X등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성능을 떨어뜨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애플 측은 아이폰이 추운 날씨나 배터리가 얼마 안 남았을 때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물론 추운 날씨 등으로 인해 전원이 꺼지는 현상은 아이폰의 고질병이었고, 해결해야할 사안이기도 했다. 다만, 아이폰 이용자들 또는 향후 아이폰을 구매할 생각이 있는 소비자라면 이러한 현상을 몰랐을 리 없다. 한두해 불거진 문제도 아니었고, 특정 모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아이폰이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였다. 바꿔 말하자면 아이폰은 이러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불티나게 팔려나간 제품이다. 결국 아이폰을 선택하는 소비자라면 어느 정도는 이 현상을 감수하고 제품을 구매한다는 이야기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의 애플의 ‘소통 방식’이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플이 왜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완전히 배제해버린 방법을 썼냐는 점이다. 아이폰이 꺼지는 현상을 알면서도 이용자들이 감수하고 선택하는 것과, 이를 고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성능을 저하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저절로 꺼지는 현상을 고치기 위해서 성능을 떨어뜨린다’ 이 자체가 납득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용자들은 성능 저하에 대해서 일언반구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으며 이를 선택할 기회조차 박탈당해 버렸다. 그 자체를 애플은 이용자들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으로 포장하고 있다.


애플이 왜 이용자들을 속이면서 이러한 선택을 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아이폰X 판매’라는 한가지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애플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집단소송까지 온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한 대답은 그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만약 애플의 주장대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면 좀 더 솔직했어야 했다. ‘앱등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자사의 제품에 충성도가 높은 이용자들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는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은 오로지 이용자의 몫이다. 애플이 그 범위를 넘어서 이용자들의 어떤 선택권마저 침범하는 것은 월권이며 동시에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처사인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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