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이 의료전문매체에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기한 1억 원 손배 소송에서 결국 패소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의료전문매체와 그 기자에게 청구한 1억 원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의 패소 결정을 받아들었다.


法, “건보공단, ‘명예훼손’ 손배 청구 주체 아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번 손배소송에서 “공단은 국민 감시나 비판의 대상에 해당하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의 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 건보공단의 패소를 결정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한 의료전문매체가 보도한 ‘문재인 정부 사회서비스공단’이란 제목의 기사와 관련, 지난 7월 3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직원들의 정상적 업무에 방해가 됐다’는 이유로 해당매체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바 있다.


최근 공론화된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의 기사 내용으로 건보공단의 사회적 평가 훼손,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업무 집중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해당 매체는 ‘지난 10년 간 공단이 장기요양서비스 업무를 사실상 총괄했으나 인프라 확충에 역점을 둔 정부 방침으로 서비스 질 저하 등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엔 의료계 관계자를 인용, ‘건보공단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사항이 반영됐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기본적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허위 사실에 근거한 공단 비방 기사”라며 “(공단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기사 속 의료계 관계자 멘트는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매체는 건보공단의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공법인인 공단이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존재 이유와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고 맞섰다.


의료전문매체, ‘건보공단 측 비협조적 태도 문제’ 지적


특히 해당 의료전문매체는 취재 활동에 대한 건보공단 측의 비협조적이며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측 입장·해명에 대한 취재 요구에 ‘답을 줄 수 없다’는 등 인터뷰를 사실상 거부해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건보공단의 패소를 결정했다. 해당매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은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기본권의 수범자임과 동시에 기본권의 주체로서 그 소지자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지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 설립, 국가로부터 각종 재정지원을 받는 공법인 지위의 건보공단이 공적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면서 “따라서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의 주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날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공법인인 건보공단이 국민을 상대로 기본권 운운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세력에 재갈을 물리는 격”이라며 “기본권 소유자가 아닌 수범자로서의 공법인 역할에 대해 건보공단의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건보공단 측의 항소 포기로 지난달 26일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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