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산하 기관에서 수십 명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열정페이'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서울 성북구 소재 공공기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수십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리 공지한 교육 프로그램…“사실상 모든 과정 중단”


특히 KIST는 당초 대학생들을 인턴직으로 모집하고 실제론 ‘자원봉사자’로 등록, 이른바 ‘열정페이’를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노컷뉴스> 단독보도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업무에 매진 중인 KIST 도핑콘트롤센터에 인턴직으로 지원·합격한 다수 학생들이 기존 알고 있던 교육 프로그램 변경은 물론, 제대로 된 급여 지급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분노했다.


올림픽 준비는 물론 공공기관이란 신뢰 속에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한 대학생 A씨는 사실상 대부분 업무가 서류작업이나 선수 시료 검사 등 단순 반복적인 ‘잡무’ 현실에 이내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실제 KIST 측이 인턴모집 과정에서 공개한 ‘도핑 인력 양성과정 강의 계획안’엔 총 12개월 간의 주차별 체계적 교육과정이 꼼꼼이 기록됐다. 특히 센터에서 일하는 박사급 연구원 강의를 포함해 고가의 분석도구 사용법 강의, 인턴 종료 뒤 학생들이 작성할 논문에 대한 지도 프로그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A씨를 포함한 43명의 대학생들은 전원 ‘잡무’에 시달리다 KIST 측이 2학기 들어 16회 제공을 약속한 주차별 강의를 5회까지 시행하다 중단, 논문지도 프로그램 역시 사라지면서 이들의 꿈은 물거품 됐다.


사실상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교육과정이 중단된 셈이다.


해당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KIST 측의 기존 홍보와 달리 이뤄진 교육과정에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스스로 노력하라’ ‘연구원들에게 적극 어필하면 도와줄 것’이라는 등 어처구니없는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센터장과의 면담에선 “센터에 요구만 하려 들지 말고 스스로 센터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답변만 되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측, “정상적 노동활동 대가 30만 원 남짓”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노동에도 KIST 측의 정당한 보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학생 인턴은 일일 8시간, 주 5일 근무를 근무하고 받은 돈은 3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이후 받은 70만 원 역시 법정 최저임금 기준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교육부 관련 고시엔 실습기관의 경우 실습생들에게 실제 근무를 시킬 경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됐으나 공공기관인 KIST 산하 기관에서 이를 무시한 것이다.


도핑콘트롤센터 측은 인턴이 아닌 자원봉사자로 선발했으며, 이에 따라 교육과 임금제공 등의 의무사항이 아니란 입장인 반면, 학생과 이들을 연결한 대학 측은 ‘자원봉사자’ 고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맞선 상태다.


일부 학생 사이에서 ‘싼 값으로 전공 학생들을 부리려고 공공기관이 속인 것’이란 배신감과 분노가 표출된 이유다.


이와 관련, A씨는 <노컷뉴스>에 “인턴 채용 면접을 포함해 사전에 우리가 자원봉사자란 이야기 자체를 들어본 적 없다”면서 “최소한 공공기관이면 학생을 속여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KIST 측 “일반화 오류로 보여…일부 의견 확대 해석된 듯”


한편, KIST 관계자는 이날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부 학생들의 불만이 지나치게 부풀린 듯 보인다”며 반박자료를 보내왔다.


KIST 측은 먼저 학생 선발 과정과 관련, “이번 프로그램은 도핑인력 양성과정에 따른 교육과정으로 이에 참여하는 학생은 교육생의 직위를 가지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 자원봉사자의 직위를 가진다”면서 “다만 KIST에선 ‘교육생’의 직위 개념이 없어 인턴 학연생 직위로 선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 학생의 경우 졸업 논문 발표를 위해 지도 박사와 수차례 토의를 진행했으며 센터에선 졸업 논문 등을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재료비 등을 아끼지 않고 지원했다”면서 “이외 다수 학생들이 논문 연구에 참여했지만 실험 특성 상 결과까지 도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KIST 관계자는 ‘열정페이 지급’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도핑 분석은 다른 올림픽 자원 봉사 등과 달리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분석법 등을 미리 반복해 숙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년 전부터 교육생을 미리 선별했으며, 센터는 모집 당시 공고문에 명시해 교육생에게 소정의 교통비와 점심식사비 등 총 30만 원 지급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KIST 측은 “지난해 3월~8월까지는 센터에서 30만 원, 학교 측에서 월 40만 원을 각각 지원해 개인당 받은 총액은 70만 원이었다”면서 “9월~12월에는 센터 교육비를 70만 원으로 인상해 학교 측 지원금 40만 원을 포함할 경우 개인당 받은 총액은 110만 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일반화의 오류’란 취지의 KIST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공기관 신뢰에 따른 기대감에 비례한 배신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KIST 홍보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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