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원 “정규직 전환 사실상 해고” 주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18일 부산교통공사가 비정규직 직원 66명의 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산교통공사가 화답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정규직 전환에 대해 꼼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최근 개최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기간제 계약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모터카 운전 등 3개 분야에 대해 일반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당 계약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규직 전환 방식이 기존 계약직 직원과의 계약을 만료하고 경쟁을 통해 다시 뽑겠다는 것이기 대문이란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사실상 해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부산교통공사의 계약직 직원들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부산교통공사가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물음에 화답했다. 부산지역 공공부분에서는 처음으로 기간제 계약직 직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8일 비정규직 직원 66명의 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 직원들은 모터카 운전직과 전동차 유지보수, 통신설비 유지 보수 근로자 등 총 83명이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비정규직이던 직원 6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환호’ 보다는 ‘분노’ <왜>


사측의 이 같은 결정이 발표되자 계약직 직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을 만료하고 정규직으로 다시 공개 경쟁모집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사는 기존 근로자에 대해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일반 취업준비생(취준생)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에 따라 기존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내년 2월 26일자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정규직 전환 발표…사측 “공정한 취업 기회 제공”


계약직 “고용 안정” 원해…박종흠 사장 재임명 꼼수 의혹


문제는 현재 기간제 근로자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 정규직 전환이 아닌 사실상 해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계약직 근로자는 “공사가 채용 당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약속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근로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규직이 아닌 고용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규직 전환’ 보다 ‘고용 안정’


이들 계약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경쟁을 통해 다시 입사를 해야 하지만 지금부터 공부를 시작해도 시간이 촉박해 젊고 어린 취준생들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기간제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아닌 다시 직원을 뽑는 것”이라며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젊은 취준생들과 경쟁을 펼쳐야해야 한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부산교통공사는 기존 계약직 직원들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결정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가산점은 만 60세 미만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데 계약직 근로자 83명 가운데 41명은 60세가 넘은 고령이다. 또한 60세 이하 계약직 근로자 42명 역시 40~50대의 장년층인 것으로 나타나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해도 이들이 경쟁을 펼쳐 살아남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가이드라인 없는 ‘가산점’


여기에 가산점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내년도 채용계획이 나오지 않아 가산점에 대한 명확한 실체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채용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해고 통지를 받고 가산점에 대한 명확한 확인도 없는 상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비정규직 전환 지침을 보면 ‘청년층이 선호하는 자리는 공개채용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지난 2월 채용한 계약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준다고 약속해 준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종흠 사장 연임 논란


부산교통공사를 이끌고 있는 박종흠 사장은 지난달 3일 재임명됐다. 연임이 불가능했지만 퇴임 후 재공모를 통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따가운 비난을 받았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사장이 연임 위해서 2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나’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박 사장은 2015년 ‘다’등급, 2016년 ‘나’등급을 받으면서 법적으로 연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지난 10월 5일 임기를 마치고 사장직에 물러난 이후 재공모에 지원해 사장 자리에 다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재공모에서 지원한 4명의 지원자 중 한 명이 박 전사장이었다.


여기에 공사 사장을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 7명중 2명은 박 전 사장이 이사회 이사로 임명한 인물이어서 공정성 논란까지 제기됐다.


당시 부산지하철 노조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을 꼼수 연임시킨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손발 노릇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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