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일하고 싶은 직장’…‘실상은 성추행 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박명식 사장(안쪽), LX공사 전경.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한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공공부문 1위’에 빛나는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가 최근 성(性)과 관련 비위행위가 연이어 터지면서 ‘일하고 싶은 기업’이라는 위상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까지 나서 관리감독에 들어가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회와 기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인턴 여대생에 대해 간부 3명이 수차례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또 다른 한 간부는 인턴 여직원을 상대로 성폭행에 가까운 범죄를 저질렀지만 단순 성추행으로 매듭지으면서 공사가 직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적절히 하고 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새롭게 취임한 박명식 사장의 ‘윤리경영’ 역시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빚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성추문 실태를 짚어 봤다.


최근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가 성(性)관련 의혹들이 봇물같이 쏟아지면서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만들고 있다. 급기야 LX공사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까지 실태파악에 나서면서 LX공사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LX공사 간부들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사건의 진실이 하나도 남김없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라”고 강력하게 지시했다.


또한 김 장관은 “피해자 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고 조사 과정에서 억울하거나 곤란한 일을 겪는 등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지시는 최근 언론에서 드러난 LX공사의 일부 간부들이 인턴 여직원과 실습여대생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측의 징계가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실습 여대생 상습 성희롱한 LX 간부…“너네집 가면 안 돼”


인천본부 간부, 모텔입구까지 끌고 가 ‘성추행’…‘파면’ 조치


국토부는 또 인권위 조사와는 별도로 해당 간부들에 대한 징계 적정성에 대한 자체 감찰에 착수하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역시 LX공사에 대한 수시 근로감독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토정보공사(LX공사)를 대상으로 수시 근로감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간부직원 ‘성추행’ 물의


<프레시안>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월 LX공사 인천지역의 한 간부 직원은 인턴 여직원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하고 노래방으로 끌고 가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겁에 질린 인턴 여직원을 성폭행하기 위해 2차례나 모텔입구까지 강제로 끌고 갔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또한 이 간부는 지하철역으로 피신한 여직원을 강제로 인근 공원으로 데려가 무릎위에 앉힌 뒤 입맞춤과 가슴을 만지는 등 유사성행위를 유도해 공분을 사고 있다.


공포에 질린 여직원이 인근 공원 화장실로 도주해 사라지자 간부 직원은 5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의도적으로 성폭행을 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지만 LX공사는 인턴 여직원의 신변 보호보다 공사 직원들이 열람 가능한 회사 공람에 이 사건을 게재해 여직원을 공경에 빠트리는 등 직원 관리에 의문이 제기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해당 인턴은 회의실에 감금당한 채 LX공사 간부가 지시하는 대로 진술서를 수정했으며 이후 인사 채용과 관련해 협박식 조건 제안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대대고 있다.


끊이질 않는 직원 ‘성희롱’


사실을 확인한 LX공사 측은 가해자가 여직원을 성추행과 성폭행시도 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경위서 등을 제출받았지만 성추행과 모텔로 끌려간 것 및 유사성행위 시도 내용을 누락시키면서 사건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사실 등이 빠지면서 해당 간부직원은 감봉 3계월이라는 비교적 경징계를 받았다.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감사실이 재조사에 나서면서 이 같은 사실이 인정, 해당 간부 직원에 대해 파면을 결정했다.


이에 <LX공사>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돼 다시 재조사를 실시해 가장 중한 징계인 ‘파면’을 결정했다”며 “현재 관련 조사가 마무리 되면,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이슈로 불거졌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공사 내 성폭력 근절 대책이 마련돼도 간부들의 사회적 분위기에 반하는 신중하지 못한 업무처리와 피해 사실을 은폐·축소하려는 폐쇄적 문화를 뿌리 뽑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하다”며 “성범죄 사건에 대한 신고와 절차를 강화하고 피해자에 대한 신원비밀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내가 너네집 가면 안되냐” 막말


성희롱 파문은 올해도 이어졌다. LX공사의 간부 직원 3명은 올해 2월과 4월, 회사에 실습 나온 여대생 3명을 상대로 수차례 성희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식 후 LX공사 간부 2명은 실습 대학생 A씨를 집에 바래다주겠다며 따라 나섰으며, 이 중 간부 1명은 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구입한 뒤 A씨의 집에서 마시자고 강요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A씨가 완강히 거부하자 간부 중 한 명은 “야, 내가 너네집 좀 가면 안되냐? 왜 남자랑 살림 차렸는데 우리가 가면 들킬까봐 그래?”등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실습 여대생 B씨는 고위간부가 여성속옷 사이즈를 알아야 한다며 자신을 향해 가슴을 움켜쥐는 제스처를 취하며 성희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명식 사장의 ‘윤리경영’ 뿌리채 ‘흔들’…성추행 공사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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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습 여대생 C씨는 회식자리에서 해당 간부가 술잔을 건네주면서 손을 움켜잡았는가 하면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승용차 보조석에 태운 뒤 신체 일부를 만졌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 5월 말 LX공사에 ‘성희롱과 성추행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알렸고, 견디다 못한 실습 대학생들은 6월 초에 LX공사 성희롱 고충 상담원에게 상담요청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LX공사는 노동청이나 외부기관 등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성희롱’ 사건으로만 종결 처리했으며 이후 해당 관계자들은 지난 7월17일 ‘임직원행동강령 위반’ 규정위반으로 1개월 감봉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 역시 해당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LX공사>의 한 관계자는 “저희가 조사를 했을 때 술잔을 받는 등에 대한 사실은 확인 했지만 신체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부 직원 외에도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검토 조사했고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간 ‘화의’ 이뤄졌고, 피해자 측이 더 이상 이를 공론화 시키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반영해 종결된 사안이다”고 말했다.


박명식 1주년 앞두고 연이은 ‘악재’


지난 1월 LX공사의 새로운 수장으로 박명식 사장이 취임했다. 박 사장은 ‘윤리경영’을 앞세우며 보다 윤리적인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등 윤리경영에 앞장섰다.


또한 올해 경영평가에서 기관과 기관장 모두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으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1등급을 받았다.


박명식 사장은 최근 최고 감사인 과정 학생들의 본사 방문에서 “새로운 정부가 윤리경영을 중요한 정책기조로 삼은 만큼 국내 최고의 감사인들이 공사를 방문한 게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공정하고 깨끗한 청렴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솔선수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잇따른 성추문 의혹으로 박 사장이 주장한 ‘윤리경영’이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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