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파문’ 덮기 위한 꼼수 의혹

▲ 변창흠 전 SH공사 사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서울시민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설립된 주거복지, 도시재생 전문 지방공기업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최근 SH공사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지면서 연임을 도전하던 변창흠 사장을 비롯해 임원진이 일괄 사표를 쓰는 참극(慘劇)까지 발생했다. SH공사는 임기가 만료된 변 사장의 후임 공모에 들어가는 한편, 신범수 주거복지본부장을 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변창흠 사장 9일 퇴임)


논란이 된 블랙리스트에는 SH공사의 주요 임원진의 정치적 성향과 성격,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친분 등이 나열됐다.


일각에서는 변 사장의 사임이 블랙리스트를 덮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서울시 산하 공기업 SH공사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SH공사 블랙리스트 파문과 변 사장의 사임 의혹을 짚어 봤다.


지난달 25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한 차례 소란이 벌어졌다.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의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SH공사가 주요간부들의 성향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친분 여부를 구분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사에 반영했다며 괴문서를 공개했다.


SH공사를 이끌고 있는 변창흠 사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블랙리스트가 사실이 아니라며 전격 부인했지만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변창흠 사장 사임 표명


변창흠 사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블랙리스트 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변 사장의 임기는 이달 9일까지지만 연임을 도전했던 상황이라 변 사장의 사임은 예상 밖의 일이다. 여기에 변 사장을 제외한 임원진 7명 전원도 사표를 제출했다.


임원진 일괄 사표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 전 사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주요간부들과의 경영회의에 임기를 채운 뒤 사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SH공사의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엔 무슨 일이?


국감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SH공사 인사조직책임자(기획경영처장) 풀(POOL)’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공개하고, 관련 문서에는 공사 직원의 직급 경력과 함께 ‘호불호’, ‘진보개혁’, ‘박시장’ 등 카테고리에 따라 인물들의 성향과 관계를 분류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변창흠 사장과 박원순 시장은 해당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과 변 사장은 리스트에 언급돼 불이익을 받았다고 분류되는 인사들이 실제로 대부분 승진을 했거나 임원직을 맡고 있어 문서 작성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블랙리스트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일 변창흠 사장은 돌연 사임을 밝히면서 의혹은 더욱 가중됐다. 임기 만료를 며칠 앞두고 사임을 제출한 것이지만 관(官)계에서는 변 사장의 연임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던 분위기라 충격은 컸다.


일각에서는 변 사장과 임원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이 블랙리스트 파문을 덮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변 사장 외 경영진 ‘일괄사표’…SH공사 임원진 ‘도의적 책임’


서울시 ‘블랙리스트’ 조사 착수…주택임대주택도 지역 차별


또한 정면 대응이 아닌 사임카드를 내밀면서 사실상 이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여지는 모습으로 비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변 사장이 블랙리스트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정면 반박하거나,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SH공사는 해당 블랙리스트의 내용과는 다른 인사가 적용된 사례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실 무근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관련 문서를 철저히 조사에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고 공표했지만 파문이 커지자 변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선으로 덮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SH공사 블랙리스트는 사실 확인이 안됐다”며 “비서실 직원, 자문관 기용은 다 법적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한 바 있다.


연임 노렸던 변 사장 물거품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SH공사를 이끌고 있던 변창흠 사장은 대표적인 박원순 사장 인사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취임한 변 사장은 이달 임기 만료에 따라 연임을 생각했다.


업계에서도 박 시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변 사장의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H노조의 연임 반대의 벽에 부딪히고, 경영평가에서 만족할 수준의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파문이 제기되면서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공기업법 규정에 따르면 정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나’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SH공사는 지난해 ‘나’ 등급을 받았지만, 2015년 ‘다’ 등급을 받아, 기관장 연임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 SH공사 전경.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 사장은 주장처럼 블랙리스트가 사실무근이라면 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SH공사에 덮어진 의혹을 지우는 것이 수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택임대 주택도 차별


SH공사는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의 임대주택이 특정지역에 몰려있어 지역 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SH가 200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에 공급한 국민임대주택은 2만3,326세대. 하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절반에 해당하는 12개구에는 2006년부터 금년 9월까지 국민임대주택은 전무한 실정이다.


SH관계자측은 “부지 매입비용과 민원 문제로 불가피하게 국민임대주택의 공급에 지역편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현재 전용면적 50㎡ 미만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격을 해당 주택이 건설·공급되는 지역의 거주자를 1순위로 한정하고 있어, 국민임대주택이 공급이 되지 않고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세대의 경우는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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